[새만금] "인류 최고, 해양관광지"

세계를 품안에…오라! 물의 도시로

신시도에서 바라본 새만금다기능 부지. 2020년이면 새만금 내부개발 1단계가 마무리되어 '물의 도시' 새만금(아리울)이 열린다. 안봉주(bjahn@jjan.kr)

◆ 위그선 타고 상하이서 군산으로

 

황혼이었다. 온갖 형상의 붉은 구름들이 겹겹이 서로 뒤엉키곤 하는 고군산 군도 저 너머의 어스름한 바다 위에 검은 점 하나가 떠올랐다. 이내 그 검은 점은 날렵한 배의 형상을 드러내며 장자도와 선유도를 잇는 해안선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빠르게 다가오는 배는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발효식품 세미나에 참석했던 전 세계의 학자들과 바이어들 200여 명이 탄 위그선이었다. 점심 뒤에 이어진 심포지엄을 마친 일행들이 하루 두 번 상하이와 군산을 왕복하는 시속 300킬로의 위그선 '옐로우마린 셔틀'을 타고 저녁 만찬을 위해 막 새만금 부티끄 호텔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 한국최고 호텔서 고군산 야경에 흠뻑

 

아랍에미리트연방 굴지의 식품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압둘 보코 엘사리는 일행 십여 명과 함께 부띠끄 호텔의 사십오층 스위트룸에 여장을 풀었다. 이 호텔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회사 S&C가 지은 한국 최고 높이의 인텔리전트 호텔이었다. 리모콘으로 커튼을 열자 360도 전면 우리로 된 방 안 가득 바다가 밀고 들어오는 듯했다. 사면이 바다인 방, 게다가 이 방은 서서히 자전하면서 새만금 방조제와 고군산군도 일대의 바다와 섬들, 새로 지은 명품 해상도시의 휘황한 야경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이 일대의 섬들은 세계최장의 방조제와 함께 모두 하나의 해상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네 개의 큰 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제해양관광지가 완공된 지 이 년여가 지났다. 지난 2 년 동안 이 곳을 찾은 관광객은 줄잡아 1,000만 명 가량-. 세계의 관광객들은 이곳이 베니치아나 쑤저우, 하롱베이 등 전통적인 수상 관광지들과 두바이 앞바다에 인공으로 만들었던 인공섬들의 아름다움을 두루 결합한 인류 최고의 해상관광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녁 만찬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으므로 엘사리는 내일 방문할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NFC)에 관한 정보를 미리 훑어보기로 했다. 배 안에서 한국 쪽 파트너들이 건네 준 디브디 칩을 벽면의 스크린에 연결하자 거대한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전경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치 디즈니랜드를 방불하게 하는 형형색색의 공장 건물들은 그대로 공중 써커스와 롤러코스터의 플랫폼이기도 했다. 공장 내부에서는 한국과 동북아 전통음식을 바탕으로 해서 재창조해낸 기능성 건강식품 공장들과 전 세계 발효식품들의 글로벌화를 주도해 온 연구센터, 미래 식품의 배양 및 가공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대한 온실 체험관에 이르기까지 생산-가공-유통 과정을 포괄하는 시설들이 집약되어 있었다.

 

만찬장에서 만난 한국의 파트너들은 한결같이 세련되고 친절했으며 자신들과 새만금의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다. 그들은 차분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새만금과 그 주변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생활의 혁명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변화는 새만금이 저가의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관광과 휴양, 친환경 농업과 생태체험, 음식과 문화가 결합된 최상의 여행지라는 점이었다.

 

◆ 유람선타고 뮤직 페스티벌 만끽

 

길지 않은 프리젠테이션 끝에 엘사리와 일행들은 호텔 밖으로 나왔다. 방조제의 한 가운데에서 펼쳐지고 있는 월드뮤직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벌써 십 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 페스티벌은 새만금 내부의 담수호를 축제의 메인 사이트로 활용하면서 단숨에 전 세계 음악애호가들의 이목을 끌어 모았다. 담수호변의 야외 공연장에서는 막 북아프리카 베드윈 족의 서사시와 한국의 풍물굿을 결합한 오케스트라가 숨 막히는 리듬을 토해내는 가운데 삼바춤의 무희들이 꽃장식을 한 배를 타고 수면 위로 미끄러져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방조제의 기슭에 만들어진 대형 객석에 앉아 있는 관람객들은 저마다 흥에 겨워 몸을 흔들어댔고 시간당 백 달러씩 하는 유람선을 타고 공연자들 사이를 누비며 함께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도 많았다. 동행한 두바이워매드의 음악감독 보코 세자르는 이제 월드뮤직의 중심이 새만금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한숨 섞인 감탄사를 연신 토해냈다. 티벳에서 공부한 이태리의 오페라가수가 평양의 합창단과 함께 들려주는 유장하고 화려한 합창을 마지막으로 해서 그 밤의 축제는 끝이 났다.

 

◆ 33km 방조제…곳곳에 즐길거리

 

파도소리가 엘사리의 포근한 잠을 깨웠다. 간밤에 다짐한 대로 엘사리는 일행들 십여 명과 함께 새만금 방조제 33킬로를 힘차게 달려 나갔다. 검은 색 갈기를 휘날리는 셔러브레드 종의 숫말이 엘사리의 턱 밑에서 거친 숨을 토해내며 달렸다. 동양 최대 규모의 생태 습지에서 철새들이 말발굽소리에 놀라 끼룩거리며 날아올랐다. 날개 길이 40미터의 거대한 풍력발전기들과 요트경기장과 피싱랜드, 팜랜드, 플라워파크 등이 그들의 질주를 물끄러미 지켜보며 아침 안개 속에서 느릿느릿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