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천년 전주의 꿈 실현을 - 이종민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장

 

작년 한해 한옥마을을 찾은 이가 200만 명을 넘었다. 전통문화도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2003년 2·30만 명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주가폭등'이다. 초중등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으며 교수나 외교사절 등 영향력 있는 외국인들의 방문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국 대사들이 전주나들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반기고 있을 일만이 아니다. 우선은 이 '폭등'이 거품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특유의 '나 어디 갔다 왔네!' 식의 자기과시형 관광의 결과일 수 있다. 이 전통마을이 지니고 있는 그 아기자기한 속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휙 사진만 찍고 떠나는 이들의 대부분은 '별 볼 것도 없고만!' 다시 찾지 않을 듯 볼멘소리를 남기기 십상이다. 특히 수학여행단의 경우, 시설 부족으로 다른 곳에서 숙박을 해야 한다. 때문에 정작 이곳에서 보낼 시간이 턱없이 짧다. 수박겉핡기식 탐방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부정적 인상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하나 염려되는 것이 이런 관광수요급증으로 인한 가파른 상업화다. 전주한옥마을의 장점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일상적 삶속에 전통문화가 녹아있어 더디지만 꾸준하게 무르익고 있다. 전통문화가 효용과 속도만을 앞세우는 현대문명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돈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이 주목을 받으면서 명소로 부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자본 세상에서 상업화 자체를 온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속도를 조절하며 이를 보완해가는 것만이 전통문화도시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다.

 

그 방안은 애초 전통문화도시조성을 국가사업으로 제안하면서 내세웠던 핵심과제들을 착실하게 챙기는 일에서 찾을 수 있다. 한스타일 허브도시 사업은 지금 건립 중인 한지산업진흥원과 한스타일진흥원의 운영방안을 고민하면서 그 구체적 방안들을 마련해나갈 수 있다. 무형문화유산 관련 과제도 곧 착공될 아태문형문화유산센터를 중심으로 그 사업 방향을 모색해나간다면 길이 보일 것이다.

 

가장 터덕거리고 있는 부분이 전통문화체험교육중심도시 사업이다. 이 일은 다문화가정, 해외동포, 그리고 무국적 문화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공동체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고취시켜주기 위한 것으로 국가사업 명분이 가장 확실한 부분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험교육관 건립이 다시 늦춰지면서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관련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해서라도 이는 시급히 보안해야 한다. 전통문화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는 것에 들떠 이를 등한시하면 그것은 분명 본말을 뒤집는 일이다. 청소년연맹 등이나 교육청과 연계하여 청소년을 위한 전통문화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것을 적극 제안하는 바다.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교사연수, 기업연수 등을 진행하는 일이나 각종 워크숍을 유치하는 일은 관광내실화 차원에서라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문화콘텐츠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독특한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문화발신지로의 위상을 확고하게 다지는 일은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고. 이런 것들이 바로 천년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천년의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전주의 꿈을 실현시켜나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