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春節·설)의 귀성전쟁은 대단하다.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을 쉬는데다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던 농민공(農民工)들이 대거 고향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열차나 버스 창문을 통해 겨우 몸을 밀어넣던 우리의 1960-70년대를 연상케 한다.
중국 당국은 이번 춘제동안 연인원 25억 명이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 등 도로교통 이용자가 22억7000만명, 철도 이용객이 2억1000만명 등이다. 중국 철도부는 지난달 30일부터 3월 10일까지 40일간을 춘운(春運)으로 정해 특별대책을 세웠다.
재미있는 것은 2년 전부터 오토바이 귀향이 새로운 풍속도로 선을 보였다는 점이다. 고향에 갈 기차나 버스표를 구하기 어렵고 비싸기 때문이다. 광둥(廣東)성에서만 10만 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광둥성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자오칭(肇慶)시에 귀향 오토바이들이 몰리자 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교통체증을 막기 위해 20여 개의 임시휴게소를 마련했을 정도다.
며칠 전에는 대도시에서 막노동을 하던 30대 농민공 부부가 오토바이를 타고 사흘만에 1400㎞ 떨어진 고향에 도착, 화제에 올랐다. 이들 부부는 30-40위안(5000원) 짜리 싸구려 여관에 투숙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떼워, 고향에 도착하니 남편은 4㎏, 부인은 2.5㎏이 빠졌다고 한다.
우리의 설과 추석도 한때 이 못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민족 대이동이 생겨난 것은 불과 50년 남짓 되었다. 6·25 전쟁이 끝난 뒤 서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부터다. 그 전에는 인구의 절대 다수가 태어난 곳에서 그대로 눌러 살다 죽었기 때문에 귀성행렬이 있을 수 없었다.
이번 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 등에서 온 몸이 뒤틀리면서도 귀성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적 풍경도 오래 지속되기 힘들 것 같다. 서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 출신으로 대체되었고 그 비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또 대가족이 사라지고 장묘문화도 바뀌었다.
한 세대 뒤에는 귀성 전쟁이 옛 풍속으로만 남을지 모르겠다.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