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설입니다. 차례상에 올릴 정종 한병을 사고, 설빔으로 옷도 한 벌 사입었습니다. 형편이 넉넉치 않아도 오랜만에 뵙는 늙으신 부모님 앞에 추레하게 나타났다가는 자식이 타지 가서 고생한다고 눈물을 글썽이실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시골길을 먼지 풀풀 날리며 달려갈 버스는 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고향집에 닿고 싶은 마음에 줄에서 비켜설 수 없습니다. 1981년 1월 설 연휴 전주시외버스터미널 풍경입니다.
30여년 지난 지금, 자가용을 타고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버스터미널은 한산합니다. 밤을 새워 기차표를 사고 버스 시간표를 맞추기 위해 열심히 뛰던 풍경은 사라졌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대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