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올림픽 뉴스 보도 극과극

독점중계 SBS 온통 도배…타방송사는 메달소식만

2010년 동계올림픽이 우리 시간으로 13일 오전 열린 개막식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됐다.

 

한국팀은 둘째날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이승훈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첫 메달 소식을 전했다.

 

이승훈 선수는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진로를 바꿨는데, 메달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해서 국민들의 '감동지수'가 극대화 되고 있다.

 

쇼트트랙 1,500m에서는 이정수 선수가 예상대로 금메달을 안겨줬지만 이호석 선수와 성시백 선수가 2,3위 다툼을 벌이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다잡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놓쳐 진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여느때 같으면 이런 동계올림픽 소식을 KBS, MBC, SBS가 경쟁적으로 전하면서 '과잉'이라는 지적을 받았겠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동계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공중파 텔레비젼 방송 3사의 행태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밴쿠버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SBS는 현지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는 반면 중계권을 얻지 못한 KBS와 MBC는 철저한 무시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중계방송이야 그렇다 치고 올림픽 관련 뉴스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극과 극이다.

 

단적인 예가 14일 종합뉴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SBS는 전체 26개의 리포트를 내보내면서 첫리포트부터 17번째까지 2/3 이상을 밴쿠버 동계올림픽 소식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리포트 하나의 길이를 1분 30초로 계산했을 때 1,500초 그러니까 25분 이상을 할애했다.

 

이에 비해 KBS와 MBC는 현지 화면을 쓸 수 없기 때문인지 메달 소식만 짤막하게 전했다. 9시 뉴스 중간에 KBS는 18초, MBC는 27초만을 할애했을 뿐이다.

 

국민들이 나름대로 좋아하는 채널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똑같은 화면을 내보내더라도 SBS보는 사람이 있고 KBS와 MBC를 선호하는 시청자가 있다. 그런 점에서 SBS의 올림픽 중계권 독점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아무리 중계를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20초 정도로만 메달 소식을 전하는 것은 '공영방송' KBS와 MBC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KBS 뉴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온 작성자 '유승보(rsbo)'씨의 의견도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유씨는 "SBS가 제대로 방송도 되지 않아서 공영방송 KBS로 자세한 소식을 기대했는데… 이정수 금메달 리스트 이름은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이네 이러고도 시청료를 받아갈 지…"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SBS는 거액을 들어 독점중계권을 확보했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SBS는 동계올림픽 인터넷 홈페이지를 따로 마련해 놓고 SBS를 접속하면 무조건 이 곳을 거치도록 만들었다.

 

또 동계올림픽 페이지에 응원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그러나 응원메시지는 오르지 않고 비난글만이 쇄도하고 있다. 독점중계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부터 인력부족에 따른 기술적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까지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