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감곡 용곽초 마지막 졸업식

"삶에 지쳤을 때 찾을 모교 끝내 문 닫아…"

'우리학교는 내가 졸업하는 동시에 폐교된다. 후배들이 좀 더 넓고, 친구들도 많은 곳으로 가서 공부하기 때문에 좋아해야 하지만 솔직히 기쁘지만은 않다. 중학교 생활에 지쳤을 때, 언제나 날 반겨줄 모교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찾아와서 그네도 타보고 등나무에도 앉아보며 옛 추억을 되살릴 것이다…우리 학교의 마지막 졸업, 그리고 폐교에 대해 아주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이 작은 머리고 감히 해석할 수 조차 없을 정도의 많은 감정이…'

 

12일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된 정읍시 감곡면 용곽초등학교 김지영 어린이의 소감이다.

 

1938년 세워진 용곽간이학교는 당시 이교한씨의 사랑방에서 시작했고 학생들이 모이자 44년 용곽국민학교로 한단계 진화해 오늘에 이르렀다.

 

감곡역에서 500m 떨어진 용곽초등학교생들은 신태인, 정읍, 김제 등지로 진학했다.

 

한창 때는 감곡역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정읍관내에서 제일 많아 일화도 전해온다. 24회 졸업생 하재득씨는 "선두가 백여m 앞까지 나왔을때도 개찰구를 빠져 나오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70년에는 1000명이 넘는 학생이 교정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고.

 

용곽초등 앞은 보기 드물게 너른 평야로, 이곳에서 쌀가마니가 나가야 신태인장이나 정읍장, 김제장이 북적거렸다는 동문들의 전언이다.

 

학교 동문 중에는 IT산업의 선두주자인 팬텍의 박병엽회장(22회), 주)삼선로직스 허현철대표이사(22회) 등이 대표적 인물.

 

세월의 흐름 속에 이제는 폐교의 운명을 맞은 용곽초등학교는 57회의 졸업을 끝으로 70여년의 역사를 뒤로 하게 됐다.

 

총 졸업생수는 3857명, 올 졸업생은 3명이다. 나머지 9명의 학생은 인근 감곡초등으로 전학하게 된다.

 

용곽초등의 마지막 교장인 고완태교장은 "사교육이 거의 없는 지역으로 방과후 학교공부를 통해 영어와 컴퓨터, 한자, 국악 등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해왔다"면서 "남은 학생들은 좀 더 나은 면학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최양미 교사는 "학교가 배움터이자 놀이터이고, 학원이고 쉼터이기도 했다. 아침 현관문을 열때부터 선생님들이 퇴근할 때까지 학교에서 떠날 줄 모르던 학생들은 청정지역의 청정 아이들이었다"고 얘기했다.

 

학부형 김주희씨도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지 못해 상당히 섭섭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학하는 학생들이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학습분위기도 좋아질 듯 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