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물은 자주 갈아줘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때문이다.깨끗한 물로 바꿔져야 수조에 있는 관상어가 잘 자랄 수 있다. 기관이나 조직이나 물갈이는 필요하다. 오래 하다 보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진다. 나 아니면 안된다고 큰 소리만 친다. 정치권도 똑같다. 밥그릇 수가 쌓이면 노하우가 생겨 좋은 점도 있지만 허물도 많아진다. 선출직을 오래하다보면 주변에서 교언영색으로 떠 받들어 주는 달콤한 이야기만 전해 듣기 때문에 자만심이 생긴다.
사람은 원래 남의 충고를 귀담아 듣기 싫어한다. 나이가 50살이 넘으면 보수화 돼버려 더 남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한다.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은 초선 때는 제법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척 한다 .그러나 거의가 날마다 잘한다는 이야기만 듣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다. 재선이나 삼선 정도 하면 겉 넘게 돼 있다. 누가 충고해주는 사람도 없어 독불장군이 되고 만다.오히려 쓴소리 하는 사람을 피한다.
초심(初心) 항심(恒心)이 그래서 중요하다. 모두가 이기심과 탐욕으로 가득차 있어 이같은 중요한 덕목을 잊고 산다. 허리 굽힐줄 모르고 항상 인사나 받고 살아와 세상 인심이 어떻게 변해가는 줄도 잘 모른다. 인의 장막에 갇힌다.말로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되뇌이지만 그것도 한낱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세상 인심이 남의 말 좋게 하기 보다는 헐뜯는 경우가 더 많다. 선출직은 항상 좋은 안주꺼리로 하루에도 수 없이 죽었다 살았다 한다.
선거 때마다 물갈이는 단골 메뉴다. 정치권의 물갈이는 말이 물갈이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발에 구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두에 발을 맞추는 격이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노릇들을 했다. 유권자를 속인 것이다. 각 당마다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정치를 쉽게 해와 물갈이는 하나의 쇼가 돼버렸다. '미운 놈' '나쁜 놈' '예쁜 놈'이 이미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말로만 유권자의 뜻을 담는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들먹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한 두번 들은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 주는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설익은 제도로 어떤 지역 단체장을 물갈이 할지 의문이 간다.
/백성일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