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1991년생 청년들 징병검사 첫 날

"아주 건강…현역대상 입니다" 병역처분에 미소…일부 시무룩한 표정도

17일 전북지방병무청에서 징병검사 대상자들이 시력 검사를 하고 있다. 이강민(lgm19740@jjan.kr)

"오늘 실시하는 징병검사는…."

 

17일 오전 10시께 전주시 남노송동 전북지방병무청(청장 이상진) 징병검사동.

 

반소매·반바지 차림의 수검복을 입은 청년 80명가량이 1층 심리검사장에서 질서유지 담당 이희택씨(37)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날은 전국 지방병무청마다 올해 11월 30일까지 실시하는 징병검사 첫날.

 

수검 대상은 1991년생 양띠 남성으로 올해 도내 대상자는 모두 1만2014명이다.

 

귀에 피어싱을 한 조용환씨(19)가 1층 임상심리실 앞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두 형제 중 막내인 조씨는 "검사 받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며 처음 겪는 징병검사에 대한 얼떨떨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심리검사를 마치고 3층 신체검사장에서 기다리던 무리 중 구레나룻이 거멓게 난 임일균씨(19)가 예비군의 아우라(aura·기운)를 풍기며 앉아 있었다.

 

임씨는 "(징병검사가) 학교에서 받는 신체검사 같아 덤덤하다"며 "안경을 벗으면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이왕 고생할 거면 현역으로 가서 '진짜 남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전주대 게임학과 휴학생인 임씨는 "군대에 다녀오면 게임 만드는 프로그래머나 게임 기획자에 도전해 볼 것"이라며 아주 먼 미래까지 내다봤다.

 

이날 수검자 중에는 징병검사가 두 번째인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골격이 다부져 보이는 선창수씨(19)는 지난해 6월 해병대에 지원했다 쓴잔을 마셨다고 했다. 징병검사 결과는 1등급이었지만, 어릴 때 다친 왼쪽 눈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한 게 걸림돌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김완중씨(19)는 과체중 때문에 징병검사장에 두 번 온 경우다. 친구와 동반입대를 신청했던 김씨는 지난달 29일 첫 징병검사에서 몸무게가 98㎏(키 178㎝)이 나와 3등급, 친구는 나쁜 시력 때문에 4등급 판정을 받아 탈락했던 것.

 

동반입대 복무제도는 친구끼리 같은 부대에 배치돼 전역 때까지 서로 의지하며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제도로 자격 기준은 신체등위 2등급 이상이다.

 

오전 11시께 신체검사와 적성분류까지 모두 마친 오하늘씨(19)가 징병검사의 마지막 관문인 병역 판정을 남겨 뒀다.

 

"아주 건강해요. 현역 대상입니다."

 

김현휘 징병관의 '병역 처분'에 이날 오전 8시까지 병무청에 도착하기 위해 정읍에서 오전 6시 30분 시외버스를 타고 왔다는 오씨는 만족스러운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