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우리는 잘 살아보겠다는 꿈과 열정을 갖고 거국적으로 새마을운동을 벌였었다. 그리고 그 꿈은 이루어져 이제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고, 세계 10위권의 무역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식품산업만큼은 아직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식품제조업의 경우 종업원 50인 미만 기업이 90%를 넘고 있고, 이들의 연평균 매출액 또한 30억원 이하로 극히 영세한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식품산업의 제2의 새마을운동(?)이 필요했고, 그것은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사업으로 발현됐다.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여 식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식품기업이 중심이 되는 클러스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동북아식품시장의 허브가 되자는 것이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비전과 목표이다.
어떻게 하면 이 같은 비전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을까. 푸드밸리(Food Valley)라는 세계적인 식품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사례는 이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네덜란드에서 먼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농식품산업성장을 위한 과감한 금융지원시스템이다. 기업농의 경우에는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으며, 그 상환기간도 평생이다. 네덜란드는 ING나 라보뱅크 같은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이러한 대형 금융기관의 존재가 농식품분야의 금융시스템을 발전시켜준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의외로 PTC+라는 농업전문교육기관의 커리큘럼에서 찾을 수 있다. 놀랍게도 그 커리큘럼 속에는 은행대출담당자교육과정이 들어있다. 농식품분야에 대한 대출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대출담당자들이 직접 농업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 산업분야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의 다각적인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다음은 혁신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시스템과 '신뢰'에 기초한 네덜란드 기업의 네트워킹 방식이다. 네덜란드는 푸드밸리에 70개 이상의 농식품관련 기관, 연구소 및 대학 등이 집적된 거대 R&D단지를 조성하였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R&D지원기관과 기업들이 상호 신뢰에 기초한 협업방식을 통해 각종 혁신아이디어가 실제 사업화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모든 산업이 복합화, 융합화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협업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매우 필요한 수단이 아닐 수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해온 이들의 기업문화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끝으로 식품클러스터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외국인 연구인력의 자녀들을 위한 국제학교를 설립하는 등 푸드밸리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유치에 앞장서고 있을 뿐 아니라 식품, 생명과학, 보건 및 환경분야 등 관련기관들의 입주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육성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푸드밸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시사점들을 근거로 하여,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발전해 나아가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실천방안을 제언해본다.
첫째, 국가식품클러스터는 규제와 국내산업보호 보다는 적절한 개방을 기본전제로 하면서, 해외 선진클러스터의 기업유치 및 운영?관리 등에 관한 노하우를 빠른 시간 안에 습득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으며,
둘째,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원료농산물을 공급하게 될 시설단지 등을 규모화, 전문화함으로써 국내외의 유능한 식품관련기업들이 안심하고 클러스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성 초기부터 체계적인 중장기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셋째,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최종 생산물을 차별화할 수 있는 우리만의 경쟁원천(예를 들어 IT분야 및 중국, 일본시장의 접근성 등)을 발굴, 비즈니스 모델화하고, 이를 위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영주(식품클러스터지원TFT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