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우리나라 농업을 대표하는 품목으로써 전체 농업 생산액의 약 25%를 차지해 단일작목으로 최고이며, 전체농가의 80%가 쌀을 재배하고 있어 쌀이 농가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쌀 관련 정책이 우리나라 정책 화두의 핵심이자 정부의 농업정책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 왔다. 이렇게 쌀이 우리 농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다.
최근 세계적인 농업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곡물 생산량 감소가 가속화되고, 개도국의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식생활양식의 변화로 인하여 곡물소비는 급속하게 증가함에 따라 국제 곡물가격이 우후죽순처럼 상승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짐에 따라 각국의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 또한 동시에 높아져 쌀의 생산기반 및 적정 재배면적 유지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으며, 대내외적인 농업여건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각국의 쌀 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작년 10a당 534㎏의 쌀을 수확하여 2008년에 이어 연속으로 '사상최대'의 기록을 갱신했다. 만약에 쌀이 자급 되고 있지 않았다면 '사상 유래 없는 대풍'으로 대단히 기뻐하고 풍년가를 구가해야 할 좋은 일이었을 테지만, 역으로 대풍인 만큼 더 큰 폭으로 쌀값이 폭락하여 우리의 농업인들은 눈물을 짓다 못해 홍역까지 치르고 있다.
동시에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도 가구부문 1인당 양곡 소비량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가구부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4.0㎏으로, 10년 전인 1999년보다 1인당 연간 22.9㎏을 덜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은 최대를 기록한 것과는 반대로 소비량은 최저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농업의 흐름과 반대의 길을 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풍년이 들면 가격이 떨어져 더 손해가 나는 '풍년기근'은 식량자급 달성 이후 새로 생겨난 풍요로운 재앙이다. 본디 농사를 잘 지어 풍년 되면 칭찬받을 일인데 오히려 한숨소리가 높아지니, 농업인은 스스로의 자구책과 판매방법 개발에 힘써야 하겠으며, 정부와 소비자도 함께 힘을 보태어 이 풍요로운 재앙을 타계해야만 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공공비축 이외에도 쌀값안정을 위해 34만톤의 쌀을 추가로 매입하여 시장에서 격리시키고, 쌀 가공식품 개발과 학교급식 지원, 수출지원 방안 등의 여러 가지 대책을 수립?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단기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과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쌀 생산량을 줄이는 생산조정과 함께 밀, 콩, 사료작물 등 쌀 이외의 수입곡물의 대체작목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쌀의 소비를 확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쌀 소비자인 국민은 우리쌀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밥 잘 챙겨먹기'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속속 개발되고 있는 쌀 가공식품을 찾아 먹으며 식생활의 즐거움을 찾으며, 늘상 배고픔에 시달리는 사회복지 시설 등에 쌀을 보내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렇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서 실천할 때, 현재 어려움에 처한 쌀 농가도 살리고, 자신과 가족의 건강도 챙기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식량위기에도 대비하는 첩경일 것이다.
/김동필(전북도 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