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하는 우리 딸이 3년 전 전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어요. 도시가 고풍스럽고, 사람들이 친절한 곳이라고 어찌나 자랑을 했는지…. 저도 끌렸습니다. 딸은 제가 고등학교도 진학하고 싶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북도립여중고까지 소개시켜 줬어요. 저한텐 큰 선물이었습니다."
3일 제13회 전북도립여중고교(교장 홍성임) 입학식에서 만난 기정애씨(69·전주시 평화동)는 마냥 행복한듯 보였다. 50여 년 넘게 서울에서만 살아온 그는 지난 1월 영하 15도가 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주로 향했다. 무턱대고 전북도립여중고부터 찾았다.
"정말 내가 원하던 학교였어요. 입학을 안 시켜준다고 하면, 앉아서 떼라도 쓸 판이었습니다."
일사천리로 아파트까지 마련했을 정도. 배우지 못한 설움은 그에게 커다란 멍에가 됐다. 6·25로 아버지를 잃게 된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논 아홉마지기를 혼자 지었다.
"초등학교만 졸업했던 것이 늘 서운했어요. 세일러복 입은 여학생만 보면, 일하다가도 숨어버리고 그랬습니다."
8년 전 남편을 암으로 떠나 보낸 뒤 3년 전 딸도 뒤늦게 막바지 공부를 한다며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때부터 그도 공부 욕심을 가졌다. 온 집안을 뒤져 초등학교 졸업장을 찾아낸 그는 가까스로 서울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 원서를 냈다.
"정말 즐겁게 다녔어요. 학교 다닌 뒤로 얼굴이 활짝 폈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연고가 없는 곳이건만, 전북도립여중고 생활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수줍음이 있어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은 걸려도 아름다운 자연을 먼저 즐길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10살은 젊어진 것 같다고 했다.
"제가요, 아까 입학식에서 울었어요. 이렇게 좋은 날도 있구나 해서요. 애국가를 부르는데, 수건을 안 가지고 가서 혼 났네요. 부족하지만, 공부도 열심히 할 거예요."
대학에도 진학할 예정이냐고 물었더니, "그럼요!"라는 대답이 튀어나온다. 노인복지를 공부해 복지회관에서 노인들을 제대로 보살필 거라고 다짐했다.
이날 입학식에는 고등학교 40명, 중학교 41명 아줌마 입학생들이 신입생 선서를 했다. 김완주 도지사, 송하진 전주시장 부인인 오경진씨, 심정연 전북도 여성복지국장, 박혜숙 전주시의원, 김형남 전주 YWCA 회장 등 많은 이들이 늦었지만 용기있게 배움의 길로 들어선 이들의 새출발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