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시와 음악도 하나이었다. 공연예술의 음악을 멜로스라고 했고, 완전한 멜로스는 선율, 가사, 춤이 하나로 묶여진 것이라고 했다. 플라톤은 멜로스를 가사, 리듬, 하르모니아(Harmonia, 조화:부분의 결합이 조화로운 전체를 이룬다는 개념)의 혼합이라고 했고, 아리스토 텔레스도 시의 요소를 선율, 리듬, 언어라고 했다. 이 멜로스에서 멜로디(Melody) 즉, 선율 혹은 가락이라는 단어가 생긴 것이다. 서정시, 서사시는 손가락으로 줄을 튕겨 소리내는 악기인 리라(Lyra)와 함께 노래하는 시를 의미했고, 비극은 '노래하는 예술'을 뜻하는 오데(Ode)를 포함하는 의미이었다.
시에 선율을 붙힌 가곡은 시의 운율을 따라 아름답게 표현한 시 노래이다. 시를 아름답게 노래하는 예술가곡은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클래식의 한 장르다. 예술가곡(Art Song)은 시의 운율을 완전히 파악한 후에 그 율(律)에 맞춰 음악을 만드는 것, 따라서 작곡가는 작곡하고 싶은 시가 있으면 그 시를 자나깨나 외우고 암송하여 시의 운율을 익힌 후 작곡을 하는 것이다. 음악가는 시인이요, 시인은 음악가인 셈이다.
16세기 말 각 성부가 다 똑같이 중요한 음악인 다성음악이 최고의 수준에 있을 때 '새로운 음악찾기'의 기치를 내걸고 연구와 토론을 벌이던 이태리 피렌체의 <카메라타> 그룹이 내놓은 의견은 그리스 음악은 시와 음악이 하나이어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음악적으로 정교한 대위법적 다성음악 구조는 시의 내용, 표현을 오히려 방해한다며 태어나자마자 말을 배우고 말로써 모든 의사소통, 감정표현을 하는 인간은 따라서 말 즉 세련된 언어, 시와 하나된 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카메라타>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아버지인 <카메라타> 그룹의 리더 빈첸조 갈릴레이는 그의 논문 <옛 음악과 근래음악의 대화(dialogo-della musica antica e moderna, 1581)> 에서 어떤 감정, 열정을 음악으로 전하는데 가장 큰 방해는 다성음악의 대위법적 기교라고 통렬하게 비판하며 시의 운율을 경시하고 서툴게 구성되어지는 선율이나, 시는 무시하고 다성음악 구조의 협화음, 불협화음만을 신경쓰는 음악은 추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음악은 시의 억양, 운율과 일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에 음악이 있으니 시인은 언어로 노래하고 음악가는 선율로 시를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악가는 극장에 가서 극본의 내용을 배우가 어떻게 표현하는지, 말의 억양과 운율을 어떻게 높게, 낮게, 빠르게, 느리게 표현하는지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옛> 카메라타>
말 즉 가사가 있는 클래식 장르는 예술가곡, 합창, 오페라, 오라토리오 등이 있다. 가사가 있는 음악에서 가사가 주인이냐 음악이 주인이냐의 논의는 옛날부터 있어온 논의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런 말장난으로 심심풀이를 해서는 안된다.' 예술가곡(Art Song)의 시와 음악이 하나라고 하면 그런 논의는 정말 쓸모없는 논의이겠다. 분명한 것은 작곡가는 말이, 시가 훼손되지 않게 작곡해야 하고, 가수는 말이, 시가 잘들리게 노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