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봄날은 간다 - 이현수

이현수(시인)

현대인의 질병 중에는 유난히 '신경성' 혹은 '스트레스성'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들이 많다. 주로 신체적으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머리가 아프다거나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한다면 신경성이나 스트레스성일 가능성이 높다.

 

필자 역시도 간혹 뚜렷한 원인도 없이 소화가 잘 안되거나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의사 선생님은 대개 '신경성'이라고 대답한다.

 

신경성이란 단순히 신경을 많이 써서 오는 병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마음에 원인을 두고 있는 병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한 것이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신경성이라는 진단은 마음을 다스리라는 충고인지라 이제 필자는 웬만해선 병원을 찾지 않는다. 대신 특별한 원인없이 몸이 아파오면 마음을 먼저 살핀다. 분명 사소한 일에 연연했거나 작은 위기에도 크게 반응한 탓이다. 이처럼 위기를 감지해내고 긴장한 스스로의 마음을 돌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크고 작음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 크기를 달리하는 것일 뿐이다. 무엇보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라는 두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위기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고 한다.

 

약 9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위기를 위험으로 보는데 반해, 나머지 10% 사람만이 위기를 기회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위험을 느낀 90%는 신경성이나 스트레스성으로 시작되는 진단서를 받아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청년들의 위기는 이제 위독할 지경이다. 그동안 집안이나 학교의 울타리 안에 있다가 갑자기 경쟁사회에 뛰어들면서 직업선택, 경제문제, 주거환경, 인간관계 등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들과 직면하게 되니 사실 위기라고 할만도 하다.

 

한 개인이 일생동안 경험하게 되는 삶의 과정 중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가장 잔인하고도 집요하게 던져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새로운 자유와 책임감들로 인해 무력감이나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하여 자신의 인생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청춘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좀 더 밝고 행복하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낙관과 희망이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람만이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좌절 속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행복이란 구한다고 해서 그 때마다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마음을 편안하게 가짐으로써 행복이 내게 와서 앉을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나간 것에 후회하고 실망하지 말자. 또한 현실에 너무 불만족해 하면서 발버둥치지도 말자. 과거와 현재의 시간도 미래에 가서는 내가 가장 안타까워하게 될 행복의 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명심하자. 위기 앞에 머뭇거리기에는 우리의 청춘이 너무나 짧다는 것을. 봄날은 간다.

 

/이현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