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성공기업인] ⑪남원 인월 (주)GMF 김호수 대표

유명브랜드 납품에 독자 수출까지…철저한 위생관리로 신뢰·경쟁력 키워

남원시 인월면에 위치한 (주)GMF의 김호수 대표가 생산라인에서 만두를 살펴보고 있다. (desk@jjan.kr)

대부분 직장인의 꿈은 최고 경영자다. 지난 2008년 5월 일본 만화 <시마과장> 에서 주인공인 시마 코사쿠(島 耕作)가 하츠시바고요지주회사 사장으로 취임한 일이 화제가 됐다. 단카이세대(團塊·베이비붐 세대)로 일본 직장인의 우상이었던 시마가 대리·과장·부장·이사를 거쳐 사장이 되는 이야기는 직장인의 로망(roman)으로 인기를 끌었다.

 

남원시 인월면에 위치한 ㈜GMF의 김호수 대표(55)도 관리직으로 입사해 중간관리자를 거쳐 고향에서 최고 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에 이른, 직장인의 로망을 이룬 사람이다. 국내 유명업체에 만두를 납품하고 아시아·유럽·미주 등에 수출하는 ㈜GMF의 최고경영자인 그도 "CEO가 돼보니 '월급쟁이' 때와는 다른 책임감이 느껴진다"며 "3년차 최고경영자이지만 직원에게 좀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직원에게 사랑받는 회사 만들고 파

 

남원시 외곽 인월면 인월농공단지에 위치한 ㈜GMF는 만두 전문 제조회사로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자) 방식을 통해 풀무원·해태제과·한성기업·롯데제과 등에 납품하고 있다. 120여명의 직원으로 지난 2008년 128억원, 지난해 178억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 중 100억원은 내수, 78억원은 수출이었다.

 

㈜GMF는 하루 30톤의 만두를 만든다. 중국·싱가포르·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폴란드·헝가리 등 전세계에는 독자 브랜드로 수출한다.

 

김 대표는 "전세계 수출을 위해 이슬람권도 두드려보았지만 고기를 빼고 수출하더라도 고기가 들어있는 식품을 만들었던 기계에서 제조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다"면서 "이슬람 수출용 생산시설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요구 조건 때문에 이슬람권은 포기했다"는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그는 직설적이고 추진력이 강한 성격이지만 "고객보다 직원에게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에 근무한다는 사실에 모든 사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또 주인의식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좋은 제품이 나오고, 결국 소비자의 사랑을 받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 대표는 매월 조회 때 전사원에게 회사의 생산 실적·매출·소비자 민원 등을 밝히며 정보를 공유한다. 한편으로는 생산 과정 중간에 머리카락·지푸라기 등 이물질을 발견한 사람에게는 포상금을 주기도 한다.

 

그는 "가공 식품업 생산직 사원은 '손'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외곽지역이라 인력난이 심한 만큼 하루 10시간 정도 서서 일하는 직원의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는 동선을 짜고, 사기를 진작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설에는 급여 외에 성과급을 새 지폐로 준비한 뒤 봉투에 넣어 일일이 지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한번 우리와 인연을 맺은 직원은 특별한 개인 사유가 없는 한 회사가 불편해서 퇴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경영 신념을 밝히며 "일본의 한 회사 휴게실이 원적외선 찜질방으로 꾸며졌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회사도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회사원에서 최고경영자로

 

김 대표는 서울에서 귀향해 지난 1995년부터 ㈜GMF 인근에 위치한 영우냉동식품에 근무하면서 현재 공장에 만두 생산 시설을 갖추는 작업을 주도했다.

 

"모든 월급쟁이의 꿈은 최고경영자입니다. 저는 사업체를 꾸릴 행운을 잡은 셈이죠. 영우식품의 이영돈 회장님의 제의로 지난 2008년 3월 ㈜GMF를 인수해 법인 전환하면서 최고경영자가 됐습니다."

 

이후 그는 음료 생산을 중단하고 만두 생산에만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매출을 2배 이상 올렸다.

 

"남원은 교통의 오지였지만 최근에는 인근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광주·대구·부산 등도 3시간 안팎이면 이동이 가능한 만큼 인근에서 야채·돼지고기 등 20여가지 원료 수급이 용이합니다. 밀가루는 어쩔 수 없지만 농산물은 수집상과 인근 농가를 통해 최대한 국내산을 조달합니다."

 

김 대표는 이어 "식품가공업은 이물질이 없는 제품을 만드는 위생관리가 경쟁력이다"고 강조했다.

 

퇴근 하고서도 이물질이 나왔다는 전화가 올까봐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는 그는 올해 매출 목표를 200억원 이상으로 세웠다. 그는 "생산효율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추는데 주력하고 소포장·다품종 추세에 맞춰 올해는 22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