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나무로 만든 키 1m의 모차르트 인형이 열정적으로 팔을 흔들며 악단을 지휘한다. 또 다른 인형은 칼집에서 칼을 빼들어 싸우고, 음악에 맞춰 입을 움직이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한국-체코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17-21일 호암아트홀에서 내한공연하는 체코민족인형극단의 '돈 지오반니'의 주인공들이다.
10일 체코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체코민족인형극단은 시연을 통해 체코 인형극 특유의 정교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모차르트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돈 지오반니'는 수많은 여성을 유혹하며 못된 행실을 일삼다 결국 벌을 받는 바람둥이 귀족 이야기를 실로 매달아 인형을 조작하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으로 보여준다.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1991년 초연해 지금까지 3천500회 공연에서 약 65만 명을 동원한 이 나라 대표 문화상품이다.
페트르 보디취카 체코민족인형극단 대표는 "프라하 공연장의 관객 절반 정도가 아시아인인데 그 중 대부분이 한국에서 온 분"이라며 "한국인에게 이 공연이 인기가 많다는 사실이 놀랍고 흥미로웠는데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하에서는 인형극이 약 300년 전 궁중이나 귀족들이 광대를 집으로 불러 오락거리로 삼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인형극은 체코에서 수 세기 동안 성인까지 즐기는 중요한 문화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는 "체코에서 인형극이 본격적으로 공연된 최근 150년간 약 3천 개 인형극단이 활동했을 만큼 인형극이 보편화했다"며 "인형들의 선 굵은 움직임과 일반 오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기발한 행동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 7명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 무대가 축소판으로 재현되며, 인형을 움직이는 손이 객석에서 보이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날 참석한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체코대사는 "프라하에서 초연한 모차르트 오페라 '돈 지오반니'는 체코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공연"이라며 "한국과 체코의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체코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