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치매 어머니 세상밖 안내 체험기

전희식씨 어머니 김정임씨와 「엄마하고 나하고」펴내

"이 책은 어머니가 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재 마감은 촉박하고 글은 잘 쓰여지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끙끙댈 때, 곁에서 내 일거리를 잔뜩 만들어 내면서 결과적으로 글의 소재와 줄거리를 제공해 주신 게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해도 되는 때가 많았어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며 "어머니, 어머니 인생 말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저를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아들.

 

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자연치유의 기록을 「똥꽃」으로 피워냈던 전희식씨(52)가 이번에는 「엄마하고 나하고」(한국농어민신문)을 펴냈다. 역시 그의 어머니 김정임씨(88)가 공동저자다.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들을 두번째 책으로 펴내며, 그는 "젊을 때나 늙었을 때나 마찬가지인 것은 어머니의 자식걱정"이라고 말한다.

 

"어머니랑 살기 시작하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인터넷 카페를 뒤진 적이 있습니다. 몸 불편한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하고 '부모' 등의 열쇠말로 검색을 했는데, 부모 모시는 자식들은 없고 온통 자식 모시는 부모들 뿐이더군요."

 

무슨 학교, 무슨 학부모 모임에서부터 몇 학년 몇 반 학부모 모임, 좋은 부모 되기 모임까지…. 아무리 뒤져도 '부모 모시는 자식' 카페가 없어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자식 키우기 반만이라도'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그는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식이 먼저 되자고 권한다.

 

"치매 어머니와의 개인 생활을 축으로 하면서도 이를 충분히 농촌문제나 노령화 문제, 가족해체 문제로 끌어올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우리 사회와 가정이 부모를 집에서 모시고 살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병든 노인은 노골적인 돈벌이 대상이 되고 있다"며 사회가 노인들에게 저지르는 무례와 무시를 지적했다.

 

「똥꽃」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의 시골살이를 통해 치매에 대한 편견과 공포를 근본적으로 되짚어 주고 있다면, 「엄마하고 나하고」는 치매 어머니를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낸 그만의 '치매 어머니 모시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치매 노인의 엉뚱한 요구나 주장에 최고의 대응법인 '앞장서서 방향 돌이기', 현실의식과 잠재의식의 구획선이 분명하지 않은 치매 노인들을 위한 '꿈길 따라잡기', 어머니의 기분이 뒤틀려있거나 뭔가에 시달려 평온이 깨져있을 때 모성을 자극하는 '모성 되살리기' 등이다.

 

「엄마하고 나하고」의 두 저자는 13일 오후 2시 장수군 장계문예복지관에서 열리는 출판기념잔치에서 만날 수 있다.

 

전씨는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지만, 1994년 완주로 귀농했다. 지금은 어머니와 덕유산 기슭에서 살며,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와 무주푸른꿈고등학교 철학선생님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