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 추사 김정희나 '세한도'를 소개하는 글이 나오기는 했지만 쉽게 접해본 기억이 없다. 나의 게으름도 있겠지만, 손이 미치기 어렵게 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젊은 학자의 손에서 '세한도'가 다시 태어났다. 박철상, 「세한도-천년의 믿음, 그림으로 태어나다」(문학동네)가 그 책이다.
전북 완주 출신인 그는 어려서 한학자인 부친의 영향으로 옛 전적에 대한 관심을 가졌고 그림이나 전적에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 학인이 주목되는 것은 그가 추사 김정희를 연구하기 위해 들인 공력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내 비록 범범한 학인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책을 보면 대략 큰 실수 없이 그 가치를 보는 눈 정도는 가지고 있는 편인데, 바로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이렇게 부지런하고 치밀한 학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책 또한 매우 재미있다. 최근에 단숨에 읽은 유일한 책이다. 꼭 일독을 권한다. 늘 곁에 두고 읽어도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