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삶의 기억, 그리고 흔적

문채원 개인전 18일까지 전북예술회관

문채원作 '기억, 그리고 흔적' (desk@jjan.kr)

반짝이는 물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 물고기가 헤엄쳐간 자리에 물 그림자가 남듯 물고기는 삶의 기억이고 흔적이다.

 

서양화가 문채영씨(34)가 물고기를 캔버스에 담은 것은 5년 전부터. 18일까지 전북예술회관 4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기억, 그리고 흔적'은 양어장을 운영하던 그의 아버지가 갑작스런 태풍으로 물고기를 잃었던 기억을 회상한 전시다.

 

"몇 년간 키워왔던 물고기들이 다 죽었거든요. 사춘기 시절 그 기억이 강렬하게 각인됐나 봐요. 나이가 들면서 물고기를 떠올릴 때마다 제 자신 같았어요. 세상을 캔버스 삼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그리게 됐죠."

 

그의 전공은 디자인. 컴퓨터 작업에 익숙한 그는 처음 물고기를 그릴 때만 해도 극사실화로 표현했다. 하지만 물과 기름의 반발 작용을 이용한 마블링과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흘리는 드래핑으로 다양한 물고기의 흔적을 남기는 작업을 시도했다.

 

'기억, 그리고 흔적'은 천천히 혹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의 모습을 작은 캔버스 126개로 붙여 만든 대작. 시판되는 마블링은 색이 고작 6개라 손수 색을 만들어 썼다는 그는 더 큰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자신을 욕구를 드러내기 위해 100호 이상의 대작만 소화했다.

 

전북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전북미술작가회 회원, DAF 기획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