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교차로 신호를 위반한다던지 운전 중에 핸드폰을 사용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심지어 과속 및 음주운전을 하는 운전자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범국민적인 자각과 국민의식의 성숙으로 자발적 안전띠 착용과 음주 후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운전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그로 인한 교통사고도 대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고질적인 음주운항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해양사고는 줄어들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육지교통에서는 널리 퍼져있는 안전의식과 성숙한 국민의식이 왜 유독 바다에서는 보이질 않는 것일까?
해양관련업계 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바다에서의 음주운항 단속, 자동차 안전벨트 미착용에 해당하는 구명조끼 미착용, 자동차 속도위반에 해당하는 항계내 안전속력 위반을 단속한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워한다. 아마도 시원한 바닷바람과 바로 잡아올린 횟감에 소주 한 잔, 한여름 더위를 씻어주는 넓더란 해수욕장, 매서운 바람에 근심걱정 털어버리는 겨울바다 등 바다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 유람이나 휴양의 그것으로만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육지교통에 비해 위험한 환경을 가진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안전에 대한 도구나 의식을 챙기기 보단 유람이나 휴양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바다는 시시각각 변하는 기상과 날씨가 좋은 날에도 밀려오는 너울성파도, 순식간에 휩싸이는 안개 등은 위험한 환경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또한 충돌위험이 있는 해상부유물과 곳곳에 설치된 양식어장, 간조와 만조의 물때 등 운항자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위험한 환경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를 알려주듯 지난 달 서해중부 외연도 해상에서 짙은 안개로 인한 선박충돌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에만도 경남 거제, 전남 완도, 제주 우도 등지에서 275건의 사고가 발생해 10명이 죽고 23명이 실종됐다.
해양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1분 1초의 숨막히는 시간과의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긴급한 구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려 버리거나 익수자에게 저체온증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양경찰에서는 2007년 7월 보다 빠른 구조를 위해 해상구조 서비스를 통합하여 해양사고 긴급신고번호 122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선박위치 발신장치인 RFID를 보급하는 한편 해수욕장 안전관리의 일원화에 힘써 신속한 구조체제 마련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철저한 안전망도 바다를 찾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공염불(空念佛)이 될 수 밖에 없다. 일상에서 벗어나 바다의 매력에 흠뻑 취하고 싶은 욕구에 앞서 아름다운 바다의 이면인 사고위험을 볼 줄 알아야한다. 유람에 필요한 물건을 꼼꼼히 챙기는 마음으로 안전의식도 꼼꼼히 챙긴다면 더없이 안전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박세영(군산해양경찰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