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 ②무엇을 담을 것인가

공학적 접근땐 평범한 방조제 전락…예술인 활용 이야깃거리 개발해야

"새만금 방조제 개통을 앞두고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관광객들을 어떻게 끌어 모을 것인가' 보다는 '관광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담을 것인가'이다."

 

내부개발 사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을 남겨두고 있는 새만금 방조제가 안고 있는 과제다.

 

이 과제는 관광시설 등의 하드웨어가 구축되기 전까지 방문객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감흥이 무엇이냐는 반문에서 출발한다.

 

새만금 방조제는 세계 최장의 길이와 고군산 군도를 비롯한 빼어난 풍광 등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감동은 전해주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방문객들의 정신적·문화적 만족도 제고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단순 토목공학적 시각으로 방조제의 관광성에 접근하는 것을 경계했다.

 

서울의 지하철 1호선 2·3·4호선 처럼 방조제를 1·2·3공구로 분류하고, 방조제 길이(33㎞)를 따서 새만금 전망대를 '33센터'로 명명하는 식의 물량적·공학적 접근방식으로는 새만금 방조제 명품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군산대 김성환 교수는 "지하철 1·2·3호선이 관광코스가 되기 어렵듯, 토목공학적으로 수식해야만 만족스러운 현재의 상상력으로 새만금 방조제를 관광명소로 만든다는 자체가 무모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접근방식이 지속될 경우, 새만금 방조제는 자칫 네덜란드 '쥬다찌' 방조제처럼 단순 도로의 기능에 그치기 십상이고, 여느 방조제와 차이가 없는 평범한 방조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최악의 경우 방조제 개통 이후 방조제를 찾는 방문객 숫자 만큼의 '안티'가 양산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새만금방조제가 품격있는 관광상품이 되려면 방문객들이 지역의 정취와 문화를 편안하게 접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 우선 과제는 새만금방조제에 이야기(스토리텔링storytelling)를 담는 일이다.

 

군산대 김성환 교수는 "모든 건조물은 그것을 축조하고 사용하고, 보수하고 허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며 새만금 방조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고군산 군도에 얽힌 '최치원'의 이야기를 비롯해 주변 문화와 유적을 엮은 '새만금 방조제 이야기 만들기'를 제안했다.

 

단순한 기반시설 위주의 공간에서 벗어나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역고유의 자연환경과 문화, 문화유적 등의 지역 특색이 반영된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이다.

 

김교수는 이와 함께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생태적 도시주의' 패러다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새만금이 갖고 있는 생태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취지다.

 

전북발전연구원 정명희 팀장은 지역특성이 담긴 문화예술 공연, 지역에서 산재되어 있는 관광 자원들을 연계시켜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문화적 콘텐츠 개발을 제시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활용,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도 만족시키고, 지역예술의 일자리도 만드는 등 '두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정팀장의 제안이다.

 

호원대 장병권 교수는 친환경적 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 프랑스 랑콕-루시엥의 성공사례인 자유시간도시를 예로 들며 "저탄속 녹색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새만금은 일반인들이 한차원 높은 휴가와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자유시간도시 조성'을 강조했다.

 

자유시간도시는 기존의 관광지라는 이름으로 조잡한 시설과 식당 숙박시설로 일과성 관광객을 상대하는 것과는 달리 관광객들이 조용히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신개념 관광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