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도 이처럼 충격적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소재는 다름 아닌 '@(앳)' 기호. 어떤 형태로 전시할지조차 결정하지 않았는데도 미술계가 벌써 떠들썩하다.
'@' 기호가 생겨난 공식적인 역사는 없지만, 15세기 선박 화물에서 이미 이 기호가 발견됐다는 기록이 있다. 전자우편 주소의 '@' 기호는 미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레이 톰린슨이 1971년 세계 최초로 전자우편을 보내면서 처음 썼다.
이처럼 딱히 소유자도 없는 기호를 대체 어떻게 전시할 것이며, 게다가 지금은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기호가 과연 미술관에 전시할 만한 '디자인'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쿠퍼유니언대학 디자인과 교수 마이크 에슬은 "개념적으로 가볍다고 본다. 알파벳 A를 전시하는 것과 같다"면서 "'@' 기호를 나타낸 어떤 서체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라면 그걸 보자고 미술관에 가진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MOMA가 1934년 자동조정되는 볼 베어링을 그대로 전시하면서 이를 기계 시대의 상징으로 봤듯이, '@' 기호 전시도 이 시대를 정의하는 대담한 시도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뉴욕시각예술학교의 디자인 비평학과장 앨리스 트웸로는 "(미술관이) '@' 기호를 인수하는 것이 지금은 당혹스러운 일로 보이겠지만, 미래에는 2010년의 통신 방식을 완벽히 반영한 상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MOMA측은 공식 블로그에 '@' 기호 전시 계획을 밝히면서, 이번 계획이 "전시품을 인수하면서 이를 물리적으로 소유해야 한다는 필요조건이 더는 필요 없다는 전제 아래 있다"며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제시했다.
파올로 안토넬라 MOMA 건축.디자인 큐레이터는 '@' 기호가 MOMA의 소장품 가운데 유일하게 '자유로운' 작품이라면서, 마치 이 기호가 조각가나 화가의 소재인 것처럼 다양한 서체로 표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