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백가쟁명] 4대강보다 참살이가 먼저다 - 조태경

조태경(농촌살림연구소장)

며칠 전 일이다. 전북도청 농업농촌과에서 주선해 정부부처 공무원과의 간담회가 진행된 자리였다. 농어촌공사 직원과 인사를 나누던 중, 우리 동네 저수지가 화제에 올랐다. 몇 차례 업무상 방문을 했었던 듯 싶었다. 대화 도중, "그 저수지의 댐을 3M만 높여도 165억의 공사비가 산출됐다"는 말을 들었다. 왜 그런 조사를 했느냐고 물었다. "전북도 4대강사업비를 신청할 계획으로 의사타진 중"이라는 것이다.

 

공사 직원의 말처럼 우리 동네에는 아름다운 저수지가 하나 있다. 아침녘이면 실안개가 수면위를 거닐고, 쇠물닭(오리과)이 물살을 가르기도 한다. 평온함과 안락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 저수지를 끼고 산책하다보면, 어느새 황홀경에 빠질 때가 참 많다. 그곳은 도시에서 살다가 이곳 마을로 전학 온 20명의 어린이들이 매일 걸어다니는 등굣길이다. '시골살이 어린이공동체' 고산산촌유학생들의 평화로운 순례코스다. 걸어다니며 피어나는 꽃도 살펴보며, 작은 생명들도 관찰한다. 그렇게 봄기운을 온몸과 마음으로 마중하며 자연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묻는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 이 시대의 희망과 미래가 실려야 할 'MB호'에게 묻는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4대강사업과 자연환경, 경제성장와 생명평화, 물질과 정신, 그 가치의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견해는 다를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의 몫을 남겨달라는 아이들의 절규를 듣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할 뿐이다.

 

과거도 미래도 우리에게는 없다.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우리는 모두 매순간만을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숨쉬고 느끼는 '나'라고 하는 존재만 있는 것이다. 그 '나'라고 하는 실체도 잘 들여다보면, '나' 아닌 온갖 주변의 존재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삼라만상(森羅萬象)에 깃든 은혜에 의존하여 '살려지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 사실을 우리가 바로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매순간을 항상 감사히 여기는 삶으로 전환할 수 있다. 4대강사업이 우리네 삶의 질을 담보하지 않는다. 행복의 열쇠는 '만족'에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 거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우리 안의 포악성을 간과해선 안된다. '무한경제성장론'에 편승한 4대강사업의 실체와 의미를 이제는 냉철히 점검해야 할 때다.

 

4대강사업보다 먼저 행복한 삶을 찾아 나서야 한다. 내 안의 삿된 이기심과 과욕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의 참된 평화와 축복을 바래야 한다. 내일은 내일이 알아서 할 것이고,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다. 앞으로 일어나는 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의 참자유와 행복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가.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서 우리는 참된 삶을 읽어내야 하고, 순수한 마음을 갈고 닦아야한다. 4대강사업으로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범하기 이전에,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이 먼저다.

 

/조태경(농촌살림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