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토박이로 고향에서 사업을 일군 ㈜청도정밀화학 김제삼 대표는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를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리고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는 게 꿈이다. "30여명 직원으로 지난 2008년 70억원,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몇 년 안에 5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을 목표로 합니다. 국내 시장을 선점하고 수입 대체 효과를 내는 화학물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직원에게 월급을 많이 주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마련, 직원에게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면서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소홀히 하면 목표 의식이 희박해지는 만큼 현재 처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대안을 찾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대체 화학물질 개발
시멘트량을 절감하고 치기·다지기 등의 시공성을 향상시키는 콘크리트 고성능 유동화제와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 방부·보습·항균제 역할을 하는 핵산 다이올 등을 주력제품으로 생산하는 ㈜청도정밀화학의 김제삼 대표(52). 그는 "화학물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며 "국내에서 사용하는 특수 화학 원료는 주로 일본·독일에서 수입하는 실정으로 국내에서 조달할 수 없는 수입대체 상품을 찾아 역수출한다는 자긍심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야심작 중 하나인 콘크리트 고성능 유동화제는 2년 동안 연구 끝에 개발한 물질이다. 하지만 곧 대기업이 유동화제 시장에 뛰어들어 가격경쟁력이 약화되자 해외시장을 개척, 지난 2007년 카자흐스탄과 350만불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도·대만 미얀마 등 약 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수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보통 2년 동안 공을 들입니다. 그동안 유관기관의 지원 등으로 동남아·동유럽 등 20~30개국의 문을 두드려 얻은 결과다"고 설명했다.
핵산 다이올은 기초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으로 지난 2008년 개발, 현재 매월 8톤 안팎을 생산하는데 물량이 없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정도다. 핵산 다이올은 기존 방부제를 대체하는 물질로 이전에는 1㎏ 25만원의 단가로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지만 ㈜청도정밀화학이 현재 10만원의 단가로 국내 엘지생활건강과 일본 화장품업체인 시세이도에 납품하고 있다.
▲외환 위기 뒤 재기
김 대표는 지난 1995년 군산 서수농공단지에 청도산업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당시 근무하던 동양제철화학을 퇴사하고 창업을 단행했다. "맞벌이였는데 연고가 전혀 없던 구미로 발령을 낸다는 말을 들은데다 정리해고라는 위기의식을 느껴 과감히 퇴사했습니다. 아내의 반대가 심했지만 본래 '예스맨(yes man)'이 되지 못하고 모험심이 강한 성격 탓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청도산업은 폐타이어를 분쇄해 놀이터 바닥 등에 사용하는 고무바닥재를 만들었다. 층간소음도 줄일 수 있는 제품이었지만 외환 위기로 납품 계약이 취소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외환위기 때 결제받은 어음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부도를 맞고 빚잔치를 하고 사업을 접었습니다. 어음을 막기 위해 하루하루 고비였는데 오히려 사업을 접고 나니까 편해졌습니다."
그는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 소룡동 국가산업단지에서 화학제품 유통업으로 재기했다"면서 "어려우면 쉽게 가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못 받을 것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고 과거를 빨리 털어 내는 성격으로 재기도 비교적 용이했다"고 덧붙였다.
▲십시일반 공장 임대비 마련, 위기 극복
재기 뒤 콘크리트 유동화제로 지난 2007년 9월 카자흐스탄과 350만불 수출 계약을 체결했지만 3개월 뒤 공장에 화재가 났다. 생산 시설이 들어선 건물이 전소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물량이 없어 영업을 하지 못했고 수출 거래처도 하나둘 끊겼다. 김 대표가 최대 위기로 꼽은 순간이었다. "사업 포기에 대한 갈등이 심했습니다. 체중이 빠질 정도로 고민을 했는데 아내의 독려로 재기를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당시 유관 기관을 찾아 자금 지원을 호소하고 십시일반 지인의 도움으로 회생의 종자돈을 마련했다. "사업이 어려워지나 지인 200여명이 십시일반으로 5~10만원씩 빌려 줘 1950만원을 모아 다른 지역에 있는 공장을 임대, 3개월 동안 최소 수출 물량만 납품하면서 기사회생했습니다."
그는 "현재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곧 상품화할 계획이다"며 "앞으로는 직원 교육에 힘쓰는 등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