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게 맛있는 사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온 몸의 세포가 환호하는 사과, 심까지 먹어 버리게 되는,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 이것은 김영사에서 2009년 출판한 이시카와 다쿠지의 '기적의 사과' 표지 문구다.
무척이나 매력적이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 문구에 '그래? 그럼! 나도 그 눈물나게 맛있는 기적의 사과라는 것을 한 번 먹어보자!'라는 호기심이 일어나, 잘 익은 사과처럼 생긴 그 책을 덥석, 그리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결코 잘 생기지도, 건강해보이지도 않지만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어 강인하고 꽉 찬 내실을 가진 일본의 농업인 '기무라 아키노리(木村秋則)씨와 그의 사과'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무라 씨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과산지인 아오모리 현의 한가운데에서 농약 없는, 숲 속의 나무를 지향하며 병해충을 맨손과 식초로 방제하는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다.
물론 '친환경 농법'을 시작하자 "바보", "패배자"라는 사람들의 비난과 함께 수많은 병해충들이 기무라씨의 사과밭으로 모여 들었고, 그로 인해 그의 사과나무들은 모두 잎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꽃을 피우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힘든 시기로 인해 약한 나무들은 스스로 도퇴되고, 생명력 강하고, 내병성 강한 사과나무들만 살아남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밭이라 해도 믿을 만한 무성한 잡초들은 숲과 같이 따뜻하고 보드라운 흙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일은 경제적, 정신적으로 기무라씨를 무척 힘들게 했지만 본래의 자연을 되찾는 일이기에 묵묵히 참아냈다.
"식물은 본래 농약 같은 게 없어도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다! 이 믿음이 기무라씨에게 철학이자 희망이었고, 그 결과 그의 사과나무들로 하여금 잎이 진 지 9년 만에 만개하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 '파산자'라고 비난받던 기무라 씨는 '사과의 신화를 창조했다' 할 정도의 칭찬과 판매 개시 3분 만에 품절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 모든 것은 뚝심 있게 '친환경 농업'을 지향한 결과였다.
물론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선도적인 길을 걸어 성공을 거둔 농업인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도 기무라 씨처럼 자신의 철학과 믿음을 관철하여 그 결과를 이뤘을 것이다.
분명 아오모리의 사과를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게 한 것은 농약의 힘이다. 농약을 이용하여 병해충을 방제했고, 사과의 당도를 높였다. 하지만 농약은 병해충에게 해로울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은 인간의 면역체계 질서를 무너뜨리고, 심지어는 후대로까지 전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무농약, 저농약 농산물을 찾는다. '보릿고개'를 지나던 시절, 배만 채우기를 갈망하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건강한 자신의 앞날과 후대를 보전하기 위한 배려의 시대가 이제 도래한 것이다.
우리 농업인들이 기무라 씨처럼 고군분투하지 않고 함께 웃으며 친환경 농업을 지향하고, 정부는 친환경 농산물 소비 권장과 친환경 병해충 약제 개발 등을 지원하고, 농촌 지도기관은 최신 친환경 농업기술을 농업인들에게 전파하며 품목별 연구모임의 활성화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품질 좋고 맛좋은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 또한 장바구니와 카트에 친환경 농산물을 가득 담음으로써 우리 농업인들에게 소중한 오늘과 내일의 희망을 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류 정(도 농업기술원 농식품개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