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란 제도를 선택하지 않은 여성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돈 많아?", "독신주의자야?".
전주에는 비혼(非婚)여성공동체를 꿈꾸는 '비혼들의 비행'(이하 비비)이란 모임이 있다. 2004년 만들어져 가끔 "결혼 안한 것들이 쓸 데 없이 몰려다닌다"는 말도 듣지만,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순히 친목이 목적이 아니다. 각자의 삶에서 독립하는 것. '1인 가족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 3일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폐막한 '2010 익산여성영화제' 상영작 '오이오감(五異五感)' 중 '비혼비행'. 김효정 감독(34)의 '비혼비행'은 이번 영화제에서 유일하게 전북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오이오감'은 여성영상제작집단 '움'이 전주를 비롯해 대구, 제주, 수원, 서울 등 5개 지역 여성감독들의 작품을 묶어 만든 지역여성옴니버스영화. 김감독은 "다섯명의 감독 모두 각자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여성들의 삶을 충실히 담아내고자 했다"며 "다양하지만 비슷한 공통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오면서 각자 삶의 지점들은 달라져 왔지만, 비비언니들은 여전히 더 많은 비혼여성들과 네트워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어요. 그 중 어떤 언니는 노인여성공동체를 꿈꾸고 있죠. 비비모임을 촬영하고 편집하면서 나와 관객, 그리고 언니들이라는 3중의 시선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비비 언니들의 이야기를 담기에는 20분이란 시간이 부족해 비비 소개에 초점을 맞췄다"며 "언니들의 연애나 시련에 대한 이야기를 넣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언젠가는 후속편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저 역시 결혼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고 있어요. 결혼이라는 사회의 강요적 시선에 의해 개인의 선택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져요. 그런 점에서 미혼이란 말보다는 비혼이란 말을 더 지지하고 싶습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정상이란 말은 많은 것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또 많은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다"며 "다양성이란 표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 출신으로 원광대 사학과를 졸업한 김감독은 전북인터넷대안신문 참소리의 기자로 활동하다 지금은 전주미디어센터 영시미에서 시민제작참여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비혼비행'은 첫 연출작으로 아직까진 감독이란 용어에 익숙하지 않지만, "영상이 자기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인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처음 열린 익산여성영화제는 농촌이민여성센터, 솜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 익산성폭력상담소, 익산여성의전화가 공동주최했다. 재미 서정훈 사무국장은 "익산에 극장이 하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보니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계층이 여성영화제 관객으로 참여했다"며 "여성친화도시로서 해마다 4월에 여성영화제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미는 여성영화제 이외에도 이주노동자를 위한 영화제, 장애인을 영화제 등 분기별로 주제가 있는 영화제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