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성공기업인] ⑮한우물 영농조합법인 최정운 대표

고품질 김제산 쌀·야채, 감칠맛나는 냉동볶음밥 변신…작년부터 대기업 납품

"도내 농산물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품질을 지녔지만 현재 저평가된 게 사실입니다. 특히 김제 쌀은 전국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김제 쌀의 우수성을 상품화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냉동 볶음밥을 고안했습니다."

 

김제 쌀을 비롯한 도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선봉장 역할을 자임하는 한우물영농조합법인 최정운 대표(46)를 지난 2일 김제시 용지면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 2006년 식재료 납품업체에서 출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냉동 볶음밥 제조업체로 거듭났다. 40여명의 임직원이 지난 2008년 24억원, 지난해 3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품의 맛을 보고 평가해달라며 내놓은 치즈 볶음밥은 해동한 뒤에도 쌀알의 쫄깃쫄깃함이 살아있었다. 밥을 볶지 않고 볶음밥의 맛을 내는 기술이 비법이다. 밥을 가마솥처럼 생긴 용기에서 지은 뒤 볶은 야채와 배합한 뒤 급랭한다.

 

최 대표는 "밥을 볶으면 건강식 개념과는 멀어진다"며 "우리밥은 식어도 먹을 만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냉동 볶음밥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농산물 부가가치 높혀

 

김제 출신인 최 대표는 인근 만두 제조 회사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6년 식자재 납품회사로 한우물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만두는 밀 30%와 야채·고기 70%로 이뤄져 있는데 굳이 먼 경상 지역에서 재료를 공수하기보다는 지역 농가에서 조달하면 농가 소득도 올리고 물류비도 절감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 농가에서 부추·양배추 등은 계약재배한 뒤 세척·세절(細切)해 만두회사에 납품하는 회사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2년 만에 식자재 기업의 성장 한계에 부딪쳤다. 만두의 특성상 가을·겨울은 성수기이지만 봄·여름은 비수기여서 직원 고용에도 문제가 생겼고, 일정한 매출을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농산물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품목을 찾던 중 냉동 볶음밥을 고안했다. 최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냉동 볶음밥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일본 가정의 냉장고에는 반찬이 적습니다. 또 대부분 사먹는 문화여서 냉동 볶음밥 시장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아직 미개척시장이라는 판단이 들었죠. 국내도 밥을 지어먹는 문화가 갈수록 약해지고, 대신 즉석밥처럼 편리함과 시간절약을 추구하는 흐름이어서 (냉동 볶음밥)시장이 밝다고 보았습니다" 라고 말했다.

 

국내에 상온밥 시장은 형성돼 있었지만 프라이팬에 볶거나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 냉동 볶음밥 시장은 활성화되지 않았던 것.

 

최 대표는 지난 2008년 냉동 볶음밥을 개발했다. 지난해부터는 카레·치즈·김치 등 10가지 맛이 나는 제품을 풀무원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한우물이라는 상표로 판매하고 있다.

 

"주 공략대상은 젊은층이 아닌 30대~40대 주부입니다. 쌀은 김제에서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쌀을 가장 균일하게 도정해 사용합니다. 양배추·양파·대파 등은 계약재배를 통해 조달하기 때문에 원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합니다. 앞으로는 잡곡 볶음밥도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 기술·경험 없어 시행착오 겪어

 

최 대표는 "창업 뒤 5년을 넘기는 중소기업이 20%도 안되는데 계속 성장세를 타고 있으니 운이 좋다"면서도 "양파를 수매한 첫해, 양파 보관 기술이 없어 양파를 버려야 했다. 이전까지 야채를 사용만 했지 보관에는 문외한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 산업의 어려움과 중요성에 대해 덧붙였다. "전북은 농도인데 벼농사는 부가가치가 낮게 책정된 만큼 이를 이용해 부가가치를 올려야 합니다. 또한 식품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큽니다. 가공식품은 맛·위생·재료 등 세가지가 완벽해야 하는데 제조과정에서 이물질을 선별하는 일은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합니다."

 

그는 "김치볶음밥의 경우 공수한 배추김치의 잎 한장 한장을 다시 검사한 뒤 재료로 사용, 이물질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 소통형 대표 지향

 

최 대표는 김제시 죽산면에서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농민이기도 하다. "10여년 전부터 주말이나 평일 새벽에 논에 나가 농사를 짓습니다. 말하자면 투잡(two jobs)인 셈입니다."

 

스스로를 농민이라고 칭하는 그는 "사무실에 제 책상이 없습니다"라며 "사실 일은 직원들이 다 하기 때문에 제 책상은 회사가 좀 더 커지면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율과 소통을 지향하다는 최 대표는 직원에게 일을 지시하기 보다 직원 스스로가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어떤 일을 결정할 때도 대표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직원의 생각을 이끌어 내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회사가 어려워도 직원이 내일처럼 열심히하는 회사가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앞으로 도내 농산물로 만든 냉동 볶음밥으로 수출길을 연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주문자부착생산이 아닌 독자 상표로 일본 공략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냉동 볶음밥 시장의 성장에 따라 올해 60억원, 내년에는 1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