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감 선거에 거는 기대 - 이병초

이병초(시인)

 

선거란 공동체의 미래를 화두로 삼아 입후보자들이 저마다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유권자들은 자유롭고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끝에 모두 모여 공동선을 선택하는 것, 즉 공동체의 축제 행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태 그런 선거를 별로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나는 그동안 잠자고 있던 선거에의 관심을 일깨우는 선거판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교육감 선거가 바로 그것이다. 교육은 나뿐 아니라 바로 우리 자녀들의 미래와 관련된 것. 따라서 학부모인 나로서 일차적인 관심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예비후보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기도 하고, 각종 언론을 통해 노출되는 정보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교육감 선거라고 하면 단지 학교 내의 수업에 관련된 교사나 학생의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를 뽑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단견이었는지 깨달았다. 지금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이건 학교 안의 일인 동시에 학교 밖의 일이기도 하다.

 

과연 누구를 뽑아야 할 것인가? 누가 전북 교육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며 교육의 건강성을 지켜낼 것인가? 경력과 소신, 정책 등을 놓고 요즘 교육감 후보들을 요모조모 비교해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물론 선거인지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생기고 있는 듯하다. 구시대적인 색깔 공세를 펼치며 논리적 정합이 결여된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은근히 기존 정치권에 줄을 대고 있음을 내비치는 후보도 눈에 보인다.

 

하여, 나는 요즘 조마조마하다. 최소한 교육감 선거에서만큼은 후보자들이 구태의연한 기존 선거의 작태를 보이지 않기를 희망한다. 교육계의 수장을 뽑는 선거, 부모들이 투표장을 찾는 일이야말로 내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교육적 행위이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모든 교육감 후보들에게 주문한다. 본인의 당락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달라고. 그렇잖아도 지연, 학연, 혈연을 악용해온 선거판에 교사 출신이니 교수 출신이니 하는 새로운 편가르기를 추가하려는 시도도 볼썽사납다. 누구는 누구의 숨겨진 사조직이라는 식으로 선거의 장을 추악한 음모의 장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도 삼가야 할 일이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내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부모로서, 나는 제발 이번 교육감 선거만은 '교과서적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능동적인 행위 권리자이다. 나에게는 이런 주장을 할 권리가 있다. 모두들 떳떳하게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참된 민주주의가 아니던가. 그렇다고 비방할 권리까지 권리라고 해서는 곤란하다. 이것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들의 참정권을 진흙탕 싸움 속에 내팽개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각각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장점을 이야기하자. 남의 단점을 들추는 일에 골몰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의 단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법이다.

 

/이병초(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