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식구가 밥상 앞에 앉아 식사를 한다. 남편은 배고픈 것을 못 참고, 큰 딸은 책을 보느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지 코로 들어가는 지 모른다. 둘째 딸은 "역시 우리 엄마 최고"라고 추켜 세우는가 하면, 네 살된 아들은 고기 반찬만 욕심낸다. 동양화가 이은경씨(39)는 '다섯 식구'를 가르키면서 식탁 위에 걸고 싶어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11일까지 전주교동아트센터(관장 김완순)에서 열리고 있는 첫 개인전'일상에서의 성장전'은 가정주부로서, 작가로서 신앙와 함께 성장한 자신과의 내밀한 일기다.
"아이와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개인전이 늦어졌어요. 기도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고, 더 늦기 전에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준비한 전시라 뜻 깊죠. 종교적인 색채가 드러나지 않되 따뜻한 감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그의 모든 작품은 돌가루에 먹을 입혀 손으로 긁고 문지르고 벗기는 작업을 반복한다. 덕분에 마스크를 쓰고 작업한다며 작품 한 점을 내놓기 위해 작업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아수라장이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먹에만 갇혀 있다가 채색도 처음 시도해봤다. 원색적인 색감에서도 은은하고 잔잔한 감성이 묻어나고, 무채색 계열도 밝게 느껴진다. 그는 앞으로는 더 과감한 원색을 시도하되 침착하고 담백한 것으로 치환하는 작업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주 출생인 그는 전북대 미술학과와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미술협회 회원, 무등미술대전 초대작가, 시공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