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전라남도의 장흥이라는 지역에 다녀왔다. 장흥은 지자제 실시이후 한방약초도시를 표방하고 노력해왔던 도시이다. 그런데 최근 일반적인 한방약초도시에서 부터 탈피하고자 '헛개나무의 고장'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왜냐면 한방약초도시를 표방한 지자체만도 20여개가 넘는다. 특히 오염된 수입 한약재의 등장으로 시작된 급격한 한방약초시장의 위축은 장흥에게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간(肝)" 특화도시이다. 즉 인간의 오장육부 중에서 간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어디에나 다 좋은, 그런 건강한 한방약초의 도시가 아니라, 우리 몸의 특정부위인 '간'에 대한 예방 및 치료를 특화해서, "간이 건강한 주민의 도시", "간과 관련된 문화가 있는 도시" 즉 주민들은 장흥 "간 건강지표"라는 새로운 건강기준에 의거, 생활 속에서 간 건강을 실천하고, 간과 관련된 심포지엄, 출판, 전통요법 등 문화적인 활동까지 포괄하는 전 방위적인 접근을 통해 간과 관련된 건강시장을 선점하자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당장은 간과 관련된 양방치료시장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간 예방 및 요양시장과 생약관련 간치료 시장을 특화하여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간(肝)산업단지(Liver Industry Cluster)를 만들어 가자는 비전을 담고 있다.
우리는 산업혁명이후 석탄과 철강을 중심으로 한 많은 유럽의 산업도시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퇴해가는 것을 목격했다. 국내에도 60년대 이후 초기 산업화단계의 도시들이 산업재생에 실패해서 무너져가는 사례는 충분하다. 그리고 세상은 이미 제조업중심에서 서비스업중심으로 큰 틀의 중심산업군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이 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는 초유의 실업률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은 수도권이나 타 지역에 비해 산업화의 시기가 늦었다. 그래서 단체장들은 사활을 걸고 기업을 유치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능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미 짜인 수도권과 여타의 산업도시들은 주민생활 그리로 문화가 함께 결합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전북은 지방자치 15년 동안 지역특화부문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었다. 예를 들어 부안의 뽕, 고창의 복분자, 장수의 한우 등, 즉 지역의 특산물을 산업화시키는 1단계 지역특화산업화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장흥이 간(肝)에 관한 건강시장을 찾았듯이,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작지만 알찬 우리지역만의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 시장은 단순한 새로운 산업단지 하나가 아니라 주민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산업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서비스와 제조가 결합된 그런 시장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타 지역에서 쉽게 흉내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토피치료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선점을 시도한 진안의 도전은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태규(우석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