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음악가 사딩딩 "세계적 가수 되려면 모방 안돼"

"다른 사람과 다른 문화를 따라하는 것으로는 세계적인 뮤지션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해 줄 수 없으니까요. 내 방식과 생각이 곧 세계적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새 앨범 '하모니(Harmony)'의 홍보를 위해 내한한 중국 내몽골 출신의 가수 사딩딩(薩頂頂ㆍ27)을 최근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만났다.

 

사딩딩의 음악 장르는 일렉트로닉 댄스이지만 기본 뼈대는 중국과 티베트의 전통적인 선율이다. 다분히 동양적인 음악과 유럽 등 서구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오리엔탈리즘에 편승한 가수가 아닐까 오해도 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자신의 음악과 세계관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런 편견은 곧 깨졌다.

 

"무대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미국과 유럽의 음악 산업이 아시아 음악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아시아 음악가는 이런 상황에서 서양 음악을 하든지 나만의 음악을 개척하든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첫번째 길은 따라하는 것 밖에 안 돼죠. 신선하지도 않고. 그러나 저는 다른 길을 택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딩딩이 처음부터 개성이 강한 음악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데뷔작인 '동 바 라(Dong Ba La)'는 아이돌 팝 스타일의 댄스 음악이었다. 그러나 곧 한계를 느낀 그는 6년 동안 작곡과 프로듀싱을 공부해 2007년 자작 앨범 '얼라이브(Alive)'를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 나섰다.

 

이를 시작으로 최근 앨범 '하모니'까지 사딩딩은 동양적인 선율과 중국어, 티베트어, 산스크리트어 등으로 쓰인 노랫말로 새로운 음악을 찾던 세계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으며 월드 뮤직 스타로 떠올랐다.

 

"'동 바 라' 때는 다른 사람이 써준 곡을 부르기만 했는데 그건 진정으로 제가 원한 모습이 아니었어요.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부르고 싶었죠. '얼라이브'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제 음악의 주인이 돼 만든 첫 음반입니다. '동 바 라'의 장르가 단순한 전자 댄스 음악이라면 '얼라이브'와 '하모니'는 '사딩딩 장르'라고 할 수 있죠."

 

사딩딩은 이러한 음악을 추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어릴 때 초원에서의 생활을 꼽았다.

 

"어릴 때 유목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원시적인 음악과 생활 양식이 제 음악과 마음가짐에 큰 영향을 끼쳤죠. 많은 사람은 현대 문화가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습관이 현대인의 생활 방식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도와줍니다."

 

이런 사딩딩의 진가는 영국과 호주 등 서양 음악계가 먼저 알아봤다. 영국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과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공연이 모두 매진됐으며 2008년 영국의 BBC 라디오3 월드뮤직어워드에서 최우수 아시아-태평양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그는 시드니 공연 당시 자신을 통해 아시아 문화의 세계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내용의 팬레터도 받았다며 "내 음악을 이해해주는 팬들을 만날 수 있어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람마다 감동을 받는 기준이 각기 다르지만 뮤지션이라면 그걸 넘어서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뮤지션이라면 음악적 소양과 표현 방식을 넘어 사람들에게 행복을 줘야 하죠. 만일 한국 음악팬이 제 음악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제 책임입니다. 그런 점이 역으로 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