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긍정의 에너지 - 고일영

고일영(기업은행부행장)

 

가끔 직장 선배, 인생 선배로서 직원들의 인생상담을 해 줄 때가 있다. 30대 후반, 두 아이의 아빠인 어느 직원은 요즘 고민이 많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큰 아이가 몇 년째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교우 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도 들어보고 타일러도 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는데 나아지질 않아요. 큰 애만 보면 뭐가 되려고 저러나 하는 안 좋은 생각에 답답한 마음만 들어요."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 놓는 후배 직원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다음날 그 직원에게 시크릿이라는 책 한권을 건네주며 읽어볼 것을 권했다. "부, 건강, 인간관계 등 세상 모든 성공의 비밀을 담은 책이야. 교육관련 책은 아니지만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 후로 한 동안은 이일을 잊고 지냈는데,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고맙습니다. 주신 책을 읽고 아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니 정말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부터 달라졌다고 아내도 말하고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씨크릿의 저자 론다번이 말하는 성공의 비밀은 바로 '끌어당기는 법칙'이다. 그녀에 따르면 생각엔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어떤 것을 생각하면 그 생각이 우주로 전송되고 이는 자석처럼 같은 주파수에 있는 것들을 끌어당긴다고 한다. 따라서 긍정은 긍정을, 부정은 부정을 끌어당기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이 비밀을 알고 실천한 사람들이다.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또 있다.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제임스 교수는 아무리 사소한 생각이라도 예외 없이 두뇌구조를 변화시켜서 흔적을 남긴다고 말한다. 즉 어떤 생각을 반복적으로 계속하여 뇌 속에 쌓이게 되면 그 생각에 따라 성격이 바뀌고, 자신의 능력이 달라지고, 마침내는 인생의 패턴이 변화되게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암시효과이다.

 

긍정의 힘은 비즈니스에도 통한다. 기업의 비전은 구성원에게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암시를 준다. 세계 유수의 성공기업들이 잘 정립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이미지 광고를 하는 이유도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자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놓기 위함이다.

 

30여년 직장생활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왔지만 같이 일하고 싶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 역시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어려운 일, 힘든 상황속이라도 이들과 함께 있으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고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

 

이제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앞두고 고향 들녘 곳곳도 한창 바쁠 것 같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정성스레 모를 심는 농부처럼 내가 있는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긍정이라는 모내기를 해보면 어떨까?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삶의 변화로 나타나는 열매는 클 것이다.

 

/고일영(기업은행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