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학교 안전망 구축과 신뢰 받는 교직 풍토 조성돼야 - 이상덕

이상덕(전북교총 대변인)

 

 

지난해 희망을 담은 한자성어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선정됐었다. 자신의 생각이 중요한 만큼 남의 생각도 중요하다고 여기되 바른 뜻은 굽혀서는 안 된다'는 말로 공자의 논어 중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에서 유래된 말이며, 21세기 글로벌시대에 교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잘 함축하고 있다하겠다.

 

파도를 타는 서퍼는 밀려드는 파도의 에너지와 시시각각 변하는 흐름에 따라 자신을 조화시켜 나간다. 이런 서퍼는 힘을 많이 들이지 않고 마찰력도 크지 않은 스무스한 서핑을 즐길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화이부동에서 화(和)의 정신입니다. 교사는 이런 정신으로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사람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허나 교사는 자신이 지닌 차별성은 지켜나가야 한다(不同). 여기서 부동(不同)은 굉장한 자신감, 프라이드 즉 '자기브랜드'의 다른 표현이 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면서도 같이 휩싸여 한 통속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바에 대한 강한 신념이 느껴지는 말이다.

 

교사는 이런 조화로운 정신과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훌륭한 교육을 하여 학행이 바른 제자를 양성해야 한다. 미래의 훌륭한 인재는 좋은 교사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가르침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교사에게 믿음을 주지 않고 오히려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와 비판의 눈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교사의 소신과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 소인배와 같이 동이불화하는 이들의 잘못을 침소봉대하여 전교육계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거나 비리의 온상으로 여기는 분위기는 대다수의 정도를 걷고 있는 교사들의 날개를 꺾을 뿐이다.

 

우선 교사 스스로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교직 풍토를 조성하고 21세기에 요구하는 자기브랜드를 가질 수 있도록 전문성을 신장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 '나부터 바르고 깨끗한 교직 상 정립에 앞장선다'는 정신으로 제자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 또한, 선생님이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수 없게 하는 교직사회 무시 풍토나 무조건 교사에게만 관용과 용서의 정신을 기대하고 어떤 일이 발생하면 교사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분위기를 지양해야 한다. 엄격한 학칙에 의해 학생들은 학교 생활하도록 하며 교사에게는 믿음과 힘을 실어주어 신명나게 가르치고 마음 놓고 생활지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데 언론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GDP 대비 교육예산 6%확보, OECD 수준 교육환경 개선, 교사와 제자가 마음 놓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학교안전망 구축'과 교육소외계층에 대한 지원과 육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여 교육 선진화에 앞장서야 한다. 이렇게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면 다양한 악기가 모여 멋진 오케스트라를 이루고 여러 가지 다양한 재료를 섞어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공통의 목적을 향해 멋진 화합을 이루어 나갈 것이다.

 

많은 변화와 위기가 예상되는 시점에 우리 교육계는 '화이부동'의 자세를 기본으로 하되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동기상구(同氣相求)의 정신을 가져야할 때다.

 

/이상덕(전북교총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