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을 받은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선거에 나오면 누가 이길까.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당 후보가 유리한 게 현실이다. 특히 호남과 영남처럼 지역구도가 뚜렷한 곳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공천이 곧 당선이기 때문이다.
전북의 경우 국회의원 선거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이 싹쓸이 한 이후 민주당이 이름만 바꿔가며 주류를 이루었다. 1991년부터 치러진 지방의원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설령 무소속이 된다해도 얼마 가지않아 민주당에 입당하는 게 상례였다. 오죽하면 민주당 지팡이만 꽂아도 된다는 말이 나왔을까.
이같은 결과는 최근들어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대세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도 후보들이 기를 쓰고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야단법석이었다.
그러다 보니 후보들은 중앙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공천헌금, 밀실야합 등 비리가 일상화 돼 버렸다. 또 평상시에는 국회의원들에게 줄을 대고 눈도장을 찍느라 회기를 내팽개치는 경우도 많았다. 집안의 대소사까지 시시콜콜 챙겨야 했다.
이러한 병폐 때문에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전후해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운동이 일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선거법 개정도 촉구했다.
국민들도 이에 동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이 폐지에 찬성했다. 그러나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 해 12월 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끝까지 챙기겠다는 것이다. 당시 서명을 주도했던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국회의원들이 일본에게 독도는 내줄지언정 정당공천은 내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공천이 폐지될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이 어렵고 후보난립 등의 염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공천의 민주화와 투명성이 보장될 때 가능한 얘기다.
선거에서 무소속은 두 종류로 나뉜다. 처음부터 어떤 정당에도 적을 두지 않는 경우가 하나다. 오지지널 무소속인 셈이다. 또 하나는 정당에 소속되어 있다 불리해지자 뛰쳐나온 경우다.
어느 경우든 든든한 배경을 가진 정당공천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지역정서만 믿고 오만해진 거대 정당의 틀을 바꾸기 위해 용기있는 무소속들이 선전했으면 싶다.
/조상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