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가공·정밀주조·자동화기계 분야의 대표적인 업체로 꼽히는 완주군 봉동읍 다산기공㈜. 소비자에게는 낯설지만 총기류와 칫솔업계에서는 이름있는 업체로 90여명의 직원으로 지난해 1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19일 저녁 찾은 공장에서는 권총에 들어가는 총열 제작이 한창이었다.
인터뷰가 진행된 대표이사 사무실 책상 한켠에는 현재 개발 중인 자동차 변속기 부품이 놓여져 있었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회사를 이끄는 김병학 대표(54)는 "제조업은 고용창출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고품질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면서 "고품질을 위해서는 변화·혁신을 추구, 끊임없이 미비점을 찾아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 칫솔제조설비 제작
항공기에 사용하는 작은 밸브류에서 레이저 용접장치까지 김 대표 자신도 자사에서 만드는 제품의 종류를 모두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산기공㈜은 쇠를 이용해 수백가지 부품을 만든다. 정밀가공 분야인 총기·군수 부품, 정밀가공 분야인 항공기·원자력·산업기계·의료기 부품, 자동화 설비 분야인 원자력 설비·자동차 자동화 조립 기계 등을 제작한다.
기계 부품 분야의 베테랑인 김 대표는 "정밀주조는 제조 과정에서 미세한 기포조차 용납하지 않는 까다로운 고기술력을 요구한다"면서 "우리 회사가 만든 기계가 활발한 생산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작은 총기류 납품회사에서 출발해 세계 10대 총기제조 업체에 고품질의 총열을 납품하고 있다. 특히 칫솔제조설비는 국내 유일 생산업체다. 지난 2007년 발명한 셔츠 프레스 머신은 와이셔츠를 자동으로 다리는 기계로 미국 시장을 염두하고 개발했다.
김 대표가 미국의 전시회에서 만난 한인이 "재미 교포의 주업종이 세탁업인데 대개 일제 제품이다. 한국산은 안 만드느냐"는 제안에 지난 2007년 셔츠 프레스 머신을 개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정밀기계의 베테랑 사업가 꿈 꿔
김 대표는 임실군 지사면 출신으로 공고 기계과를 졸업한 뒤 당시 개교한 전주공업전문학교에서 실력을 쌓았다. 그 뒤 창원에 있는 총기 제조 업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도내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기계 관련 기업이 없던 터였다.
어려서부터 사업가를 꿈꿨던 그는 지난 1992년 7명의 직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기계 설비를 만들다보니 거래처 근로자가 쉴 때 기계를 설치, 휴일은 자연 반납이었다.
그는 "사람은 자신이 생하는대로 된다. 사업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직장생활에서 기술·경험을 쌓은 뒤 전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다산'이라는 이름은 우연히 국어사전에서 찾은 단어였다. 당시 회사를 설립할 때 주문은 밀려있고 유관 기관을 방문하는 등 이름짓기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놓고 적당한 단어를 찾던 중 다산(多産)을 발견, 바로 회사 이름으로 결정했다.
김 대표는 "가끔 기공업체 대표라고 소개하면 치과 기공업이냐고 반문하는데 그 기공이 아니라 기계공업의 줄인말이다. 회사 이름처럼 다품종을 만드는 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도면을 다루는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꼼꼼하면서도 사업은 즐기면서 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 평소 아이디어 뱅크라 불릴 만큼 다양한 제품의 아이디어를 낸다. 이는 단품종 생산에 머문다면 외부요인에 의해 회사가 흔들리는 중소기업의 성장한계에서 나온 필연이기도 하다.
▲위기가 오면 분발할 수밖에
지난 1998년 미국에서 수입한 자재를 이용해 총열을 만들었는데 일부 불량품이 껴 있는 상태로 제품을 제작해 수출했다. 거래처에서 곧바로 항의가 들어왔다. 당시 1억5000만원 상당의 납품제품을 되돌려 받아 폐기처분했다.
김 대표는 "미제니까 믿었는데 믿을 것은 없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사업은 나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외부요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임을 배운 경험이었다"고 소회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는 분발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그는 "기업은 자력갱생의 경쟁력 갖추지 않으면 망하기 마련이다"며 "기업은 성장해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내년, 몇년 뒤를 고려해야 낙오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다른 신념은 바로 인재다.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원은 바로 인재며, 사람을 인재로 만드는 것이 기업이라는 생각에 꾸준히 외부 컨설팅도 받고 있다. 해마다 인원을 채용하는데 우대조건은 지역 거주자일 정도로 지역 인재에 대한 애정이 크다.
김 대표의 지향점은 초일류기업이다.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과 직원 대우가 일류인 회사가 그가 꿈꾸는 기업이다. 그는 "올해에는 18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하며, 현재 자동 칫솔제조설비로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