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박물관은 단지 유물의 수집과 보전 연구 전시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교육과 문화적 복합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된 것이다. 한 마디로 21세기 문화발전소인 셈이다. 특히 지역 박물관은 그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 시민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까지 제공해 주면 금상첨화다.
그런 점에서 국립전주박물관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사업들은 칭찬받을만 하다. 올 들어 개관 20주년 사업으로 전시한 '조선의 궁궐과 경기전', 그리고 '조선의 명필 전북의 인물 창암(蒼巖) 이삼만'은 지역의 문화재와 인물을 재조명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기획이다. 전주 DNA의 뿌리인 경기전은 올해 태조어진 봉안 600주년이어서 뜻이 깊다. 창암의 글씨는 추사 김정희에 못지 않으나 시골서생인 탓에 그동안 대접이 소홀했다. 이번 기회에 그의 생애와 글씨가 재평가되었으면 한다.
전주박물관은 지난 해에도 '마한, 숨쉬는 기록전'을 비롯'조선을 그린 겸재 정선''공자성적도(孔子聖蹟圖)''전북의 명품, 시간의 경계를 넘어''고려왕실 도자기 순회전'등 주목할만한 전시를 잇달아 열었다.
이중 '마한, 숨쉬는 기록전'은 조선이나 백제에 가려져 있던 마한의 속살을 드러내 줬다는 점에서 특기할만 하다. 또'전북의 명품'은 전북과 관련된 국보와 보물 등을 모으고 분류해 전북의 문화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줬다. 이와 함께 황동규 시인, 최몽룡 교수 등 초청특강, 음악회, 교사 직무연수, 어린이 체험교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터치뮤지엄, 시군관련 전시 등도 눈길을 붙잡는다. 지역밀착형 박물관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할 것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아쉬운 대목은 생각만큼 지역민의 호응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기름진 문화토양을 갖고 있음에도, 정작 도민들은 이를 향수하지 못해 안타깝다. 이에 대한 안목과 생활의 여유가 부족한 탓일 것이다.
자치단체와 교육청, 시민사회단체가 관심을 갖고 박물관을 지역문화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