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내 전문건설업체의 기성실적은 1조6900억원으로 전국대비 2.73%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는 도내 전문건설업체수가 2083개로 전국대비 5.49%였던 것을 감안하면 업체당 평균 기성액이 전국 평균의 절반수준이라는 뜻이다. 왜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기술과 자본력 부족, 수주능력 부족 등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맞는 얘기들일게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근본적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공사의 발주물량 자체가 적은데 어떻게 수주를 많이 하라는 것인가. 혹자는 '기술력이 부족하여 공사를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다'는 외지 업체의 말을 빌려 도내 전문건설업의 침체 원인이 지역업체 스스로에게 있는 것처럼 말 한다.
그렇지만 수문갑문, 연약지반처리, 창호공사 등에서 전국적으로 두곽을 나타내는 도내 업체도 얼마든지 있거니와 일반적인 토목, 건축공사에서 도내 업체가 기술력 부족으로 시공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모두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투자재원의 부족이다.
경제학 원론에 보면 '투자승수효과'라는 말이 있다. 투자가 늘면 소득은 시차를 두고 투자증가분의 몇 배가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투자는 공공투자와 민간투자로 나뉜다. 이 땅에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래 공공투자는 수십년간 영남권에 집중돼 왔다. 민간투자 역시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영남권에 몰렸다. 구미공단의 구미, 포항제철의 포항, 현대자동차의 울산 등은 이 같은 편중투자의 결과물이다.
오늘날 전북을 비롯한 낙후지역의 경제침체는 투자부족에서 연유한다. 투자가 없는데 소득이 있을 리 만무하고 소득이 없는데 수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다.
최근 낙후탈피를 위한 몸부림이 낙후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처절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 같은 노력은 안타깝게도 물거품이 될 것이며 지역 간 소득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간간이 수도이전, 지역균형개발, 행정복합도시건설 등 재정투자의 왜곡을 시정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기도 했었지만 '관습적 헌법'이라느니 '국가백년대계'라느니 하는 해괴한 논리로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따라서 이 같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방안은 새로운 데서 찾아야 한다. 중앙정부의 예산집행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자치단체의 예산집행권한을 강화하되, 낙후지역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가야 한다. 이 길만이 중앙정부의 권력집중으로 인한 불필요한 권력다툼을 막고 지역갈등을 해소하며 균형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 지역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전 지자체가 연합체를 구성하여 긴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지역업체보호라는 미명하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현행법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건설업의 경우 일반공사 100억원 이하, 전문공사 7억원 이하일 때 지역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 할 수 있으나 이 기준은 서울이나 전북이나 똑같이 적용된다. 다시 말해 낙후지역은 턱 없이 적은 공공투자예산조차 외지업체에 빼앗기고 잔챙이나 챙기며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공공투자재원의 합리적 재배분이나 낙후지역에 대한 제도상의 배려 없이는 균형발전, 낙후탈피, 국가경쟁력강화도 없다. 지역경제의 발전과 지역건설업 발전도 불가능하다.
/한기봉(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