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단조로움 깬 붓터치, 황홀함에 빠지다

박천복 여덟번째 개인전 22일까지 전북예술회관

맨드라미 Ⅱ (desk@jjan.kr)

서양화가 박천복씨(49)의 빨강 맨드라미는 강렬하다. 마치 불새 같다. 칼끝처럼 열정이 돋아 있던 시절의 그가 담겼다. 밥벌이나 해보자는 심정에 붓을 놓은 것도 잠시. 1년이 지나자 다시 붓을 들었다. 캔버스 앞에 앉고 나서야 편안해졌다.

 

22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천복 여덟번째 개인전. '박천복 = ○을 그리는 작가'라고 공식화 되는 걸 극도로 싫어했지만, 이번 개인전에서는 '맨드라미 화가'라는 애칭이 생겼다. 사람들은 밝고 환한 열정이 느껴지는 맨드라미를 좋아했다.

 

두꺼운 덧칠은 밀도있는 색감이 됐고, 자유분방한 붓터치는 단조로움을 깼다.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모든 색을 좋아하게 됐다고 하지만, 파란색이 눈에 많이 띈다. '새우잡이 배의 하루'나 '고향가는 길', '만덕산 절경'은 찬연하면서도 절제된 파란색으로 깊이를 드러내고, 여운을 남긴다.

 

군대 제대 후 뒤늦게 원광대 미술대학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그에게 다시 봄이 왔다.

 

"그런데 공모전은 번번히 저를 비켜갔어요. 상에 연연해하지 말고, 전시나 열심히 하자는 심정이 됐죠. '전시를 위한 그림'이 될까봐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힘이 됐습니다."

 

'삶의 이야기 - 작업Ⅱ'는 김제 청하 일대에서 물고기 잡는 군상을 그린 인물화. "아주 오래 전에 욕심 내서 그렸는데, 상을 못 받아 서운해하던 작품"이라며 "보면 볼수록 애착이 가서 내놓게 됐다"고 했다.

 

그의 관심사는 10년 전부터 인물에서 자연으로 옮겨졌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그는 "자연을 제대로 알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1년 전부터 크로키도 시작했다. 이전과 다른 인물을 그려보고 싶어서다. "따뜻한 시선이 담긴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그는 "생생하고 강렬한 삶의 표정을 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