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강성철 한국수출입은행 전북본부장 '詩 읽어주는 은행원' 펴내

"현대문명 황폐함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싶어"…4계절로 나눠 90여편 소개

"은행원이란 일이 숫자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고, 대출을 할 때는 상대방의 신용도를 잘 따져야 하고 혹시 상대방이 부실이 나면 어떻게 하나 고민도 해야 하고, 수시로 체크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정이 메마를 수 밖에 없죠. 많은 사람들이 왜 골프를 안하냐고들 하는데, 그저 웃기만 하면서 속으로는 시라는 애인을 주말에 만나기 때문이라고 속삭입니다."

 

시선집 「詩 읽어주는 은행원」(현대시)을 펴낸 강성철 한국수출입은행 전북본부장(53). 그는 "주말에 시와 시에 관련된 글을 쓰기 때문에 나와 시는 주말부부"라고 말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열두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린시절 꿈은 문학을 전공하는 것이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에 입행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1988년 「문학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현재 격월간 시전문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편집위원도 맡고 있다.

 

"현대문명의 황폐함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싶어서 낸 책입니다. 잘 읽어주신다면 저로서는 더없는 기쁨이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90여편의 시를 소개하고, 그 시들을 통해 한국시의 틈새를 들췄다. 원구식 시인은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우리시의 싱싱한 속살을 아주 예리하게 저며내어 보여준다"고 평한다. 깊이있게 읽어내는 해석력도 탁월하지만, 독자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시인들의 뛰어난 작품들을 찾아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