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알라마르'

한 편의 서정시와 같은 아름다운 배경

멕시코 남성 호르헤와 이탈리아 여성 로베르타는 별거한 부부다. 운명적인 사랑도 잠시. 호르헤는 섬에서의 고립된 삶을, 로베르타는 도시로 돌아간다. 영화는 로베르타가 로마로 떠나기 전 다섯 살짜리 아들 나탄에게 호르헤와의 마지막 여행을 선물하면서 시작된다. '2010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작 멕시코 출신의 페드로 곤잘레스 루비오 감독의 <알라마르> 다.

 

호르헤는 나탄을 데리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호초 군락지인 반코 친초로로 간다. 낮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고요 속에 침잠돼 있는 곳. 나탄은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배멀미를 하고, 고기 잡으러 간 아빠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다. 하지만 이내 단순한 삶에 길들여진다. 아침에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아오는 일이 전부지만, 거기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오묘한 질서가 있었다. 궁극에는 모두 돌려노래야 할 것이라는.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과 그 위를 나는 갈매기떼, 작열하는 태양이 함께 어울리는 광경이야말로 조물주가 인간에게 베푸는 위대한 사랑의 선물 같다.

 

페드로 감독은 다큐멘터리에 극영화를 결합시키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마지막 여행을 시적 이미지로 풀어냈다. 자연과 인간의 결속을 감상에 치우치지 않고 정직하게 보여줌으로써 훨씬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만 하는 나탄의 비극성 역시 출렁이는 파도와 함께 보여진다.

 

비눗방울이 '톡' 터지는 순간 이들의 여행은 평생 잊지못할 시간이 됐다. 장편 데뷔작 다큐멘터리 <블랙 불> 이후 페드로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경계를 오가는 '경계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으로 '2010 로테르담 영화제'의 대상인 타이거상을 수상했다. 한 편의 침묵의 서정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