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박예분씨의 시를 읽으면, 엄마의 품 속처럼 가슴이 훈훈해진다. 동시집 「엄마의 지갑에는」(신아출판사)는 힘든 시련에서도 밝은 마음의 뿌리를 살리는 시들로 빼곡히 차 있다.
"내면에 쌓인 것들을 털어내기 위해 무조건 시를 쓰던 때도 있었습니다. 시를 쓰면 절대고독에 빠지게 되지만, 아이들 눈높이로 가서 쓰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들로 바뀌었어요. 그 안에는 늘 긍정의 힘이 자리하기 때문이죠."
그가 갖는 사랑의 불씨는 전방위로 펼쳐져 있다. '엄마의 지갑에는'을 들여다 보면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감싸앉는 그가 있다. 그는 IMF 때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아이 셋을 혼자 키우며 밥벌이를 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힘내라는 편지를 쓰기 위해 '편지쓰기 대회'에 나가면서 글을 쓰게 됐고, 2003년 「아동문예」 문학상을 수상하고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글쟁이가 됐다. 시련이 오히려 보약이 된 셈이다.
참깨 콩 팥 등을 파는 불쌍한 할머니에 대한 가슴 뭉클한 사랑을 담은 '종이상자 집'이나 고양이가 생선 대가리를 물어갔는데 잘못 없는 까치가 야단 맞은 데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 '억울한 까치'도 사랑의 마음을 담뿍 느끼게 하는 시. 그는 "더불어 사는 따스함을 느끼는 시를 쓰고 싶다"며 "모든 생명을 귀히 여기면 세상이 아름다워진다"고 했다.
"텃밭에 심은 봉숭아꽃잎을 따다가 물들여주는 봉숭아꽃물처럼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사랑으로 가득찼으면 좋겠습니다. '예분'이란 이름을 세상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꽃가루'로 여기면서 살고 있어요. 오늘도 마음 밭에 동심의 씨앗을 뿌리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임실 출생인 그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논술교실을 열고 있는 박씨는 한국문화예술인연합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