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일본의 미야자키현 난고손 백제마을을 다녀온 재일교포 학자 한분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분은 백제의 고도, 부여에 불만이 많으신 분이셨다. 일본의 작은 마을 난고손에서는 백제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왜 백제의 본고장인 부여에는 패망의 슬픔만이 있냐고 하시면서 안타까워하셨다. 물론 백제유물을 볼 수 있는 국립박물관이 있기는 하지만, 부여관광안내도의 대부분은 백제의 패망의 유산으로 채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 우리지역 백제문화의 본향인 익산은 과연 백제의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석재산업이다. 기록에 의하면 백제 출신 석공인 아사달이 무영탑의 전설로 알려진 석가탑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아사달은 아마 석재산업의 주산지인 익산출신일 것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화강암이 산출되는 지역이자, 석재산업의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익산이기 때문이다. 즉 익산은 오늘날 백제의 석공예를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익산의 보석산업이다. 백제가 금속세공이 발달했다는 것은 향로, 장신구 등 유물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에도 익산은 전국유일의 '보석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세 번째, 익산은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와의 사랑을 노래한 '서동요'의 고장으로 현재 서동마를 테마로 한, 마 요리가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즉 백제의 화려한 유산을 지역산업 속에서 제대로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익산인 것이다. 익산은 부여에는 없는 백제의 살아있는 콘텐츠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 바로 세 가지의 백제문화산업콘텐츠를 확실히 익산화할 때, 익산은 백제의 화려함을 대표하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석재문화콘텐츠이다. 즉 우리역사상 최고의 석공인 아사달의 이야기를 제대로 익산화해야 한다. 일단 아사달을 항상 기릴 수 있는 공간인 사당을 만들고, 석재축제는 바로 아사달을 기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 이 시대의 최고 석공예가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즉 현재 개최되고 있는 익산돌문화축제에서 가칭"아사달 석공예대회"를 개최, 최고 석공을 뽑아, 제2, 제3의 아사달 스토리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익산은 세계 최고 석공예도시로 우뚝 설 것이다.
둘째 '보석의 도시'의 확실한 재현이다. 백제는 자체 세공기술은 물론 백제의 영향권에 있었던 나라들과 긴밀한 거래를 통해 세공기술의 국제화를 도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익산은 지금이라도 원석의 고장인 동남아나 중국의 도시들과 자매결연 등을 통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글로벌 보석도시"로서의 역할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마를 활용한 음식문화다. 즉 스토리가 있는 음식인, '마 약밥'을 비빔밥이상으로 키워, 최고의 스토리음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마도 익산의 서동마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향토산업육성사업에서 마의 최대생산지인 안동 등 을 제치고 선정된 것은, 바로 이러한 '스토리가 있는 마'였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마라 하더라도 백제인의 섬세함을 거치면,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식품과 요리가 된다는 것이, 아마도 익산 서동마의 가치일 것이다.
현재 전북은 새만금방조제 완공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어, 주변지역의 새로운 문화관광콘텐츠가 절실한 때이다. 만약 익산이 백제의 화려한 문화를 완벽하게 표현한다면, 새만금시대, 꼭 필요한 글로벌 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태규(우석대 교수·도시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