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전주국제영화제] 2010 전주국제영화제 무엇을 남겼나

대중성·정체성 '균형'…상영관 확충 과제로

천안함 침몰사고와 유럽 항공대란으로 개막 전부터 행사 준비와 홍보 마케팅에 있어 어려움을 겪은 '2010 전주국제영화제'가 7일 폐막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개막 전부터 이번 영화제가 끝나면 모든 면에서 대대적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정수완 수석 프로그래머가 올해를 끝으로 영화제를 떠나면서 조직 등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11회 영화제를 마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셈. 이에 앞서 올해 전주영화제가 무엇을 남겼는지 짚어본다.

 

▲ 섹션 재조정과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인기

 

전주영화제는 프로그램이 산만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올해 섹션을 6개로 재배치했다. '국제경쟁'과 '한국장편경쟁' '한국단편경쟁'을 '경쟁부문'으로 모으고, '시네마페스트'를 신설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영화들을 상영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했다.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이나 대중적인 영화들이 늘고 어려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코드를 가진 영화들이 많아 정체성과 대중성의 균형도 잘 맞췄다는 평가다. 그 결과 회고전과 실험영화를 아우르는 섹션을 비롯해 전 섹션이 고르게 매진됐으며 평일 관객도 늘었다.

 

올해는 남미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눈에 띄었다. 전주영화제의 최고상인 우석상이 걸린 '국제경쟁'에만 11편의 상영작 중 4편이 남미영화였으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오가는 '경계 영화'는 영화 미학의 최전선을 보여줬다. 다큐멘터리 중 미군 기지의 잔해가 초래한 질병문제를 다룬 4시간이 넘는 대작 <비행운> 과 최근에 발견된 13시간 분량의 필름을 복원하고 참여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덧붙여 재구성한 <앙리-조르주 클루조의 지옥> 등은 보석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전주영화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는 매진이 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올해 처음 시도된 'JIFFTalk食(지프톡식)'은 전주의 명물인 콩나물국밥과 막걸리를 가운데 두고 배창호 김동원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감독과 관객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았다. '전주문화기행' 역시 영화와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로 호평을 얻었다.

 

▲ 생산성 있는 영화제로 거듭나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숏!숏!' 프로젝트 이외에도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제작에 도전한 전주영화제는 올해 마켓 형성과 콘텐츠 유통 시스템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회째를 맞은 '전주프로젝트 마켓'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저예산영화의 제작과 배급·유통을 위한 시장으로 관심을 모았다. 총 120개사 302명의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올해 '다큐멘터리 피칭' 부문에서 SJM제작지원금상을 수상한 김명준 감독의 <슬픈전설-재일동포 야구단> 프로젝트는 독립영화 제작사인 인디스토리가 향후 제작사로 참여하기로 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프로듀서 피칭'의 경우 본선 진출작의 자격 논란과 함께 프로듀서 양성보다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흘러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부터는 상영작 중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나 전주영화제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작품의 판권을 구입해 국내 배급 사업도 펼치기로 했다. 전주영화제는 2009년 화제작 <바흐 이전의 침묵> 과 2010년 화제작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 와 폐막작 <알라마르> 의 판권을 직접 구입했으며, 하반기부터 이 영화들의 배급을 직접 할 예정이다.

 

▲ 영화의거리, 인프라 문제 절실

 

전주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거리의 인프라 재구축 문제도 대두됐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영화의거리 일대 몇몇 극장이 적자를 보면서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초 영화의거리 내 프리머스가 문을 닫았으며, 몇몇 극장의 경우 시설 낙후로 외부 소음이 영화 관람을 방해하거나 객석 의자가 낡아 관객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민위원장은 "동진주차장 부지를 매입해 전주영화제 전용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전주영화제 전용관의 경우 영화제가 열리지 않는 기간 활용도나 지역 인구 및 지역 극장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무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디지털상영관이 메가박스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밖에 없어 영화제 기간마다 디지털 상영장비를 구해서 쓰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감독들이 디지털상영관이 아닌 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 이 때문에 부산영화제는 디지털 테이프를 상영할 수 있는 기계를 구입하기도 했다.  어느 영화제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영사사고의 경우 대처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두터워진 관객층 만큼 관람 태도는 성숙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영화제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영화의거리 주변 상가들은 예년에 비해 영화제 특수는 누리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 우석상 : 수사(감독 루수단 피르벨리)

 

◆ 전은상 심사위원 특별상 : 고추잠자리(감독 랴오 지에카이)

 

◆ JJ-St★r : 레인보우(감독 신수원)

 

◆ 이스타항공상 : 얼어붙은 땅(감독 김태용)

 

◆ 한국단편경쟁 : 하드보일드 지저스(감독 정영헌) 수학여행(감독 김희진)

 

◆ 넷팩상 : 클래쉬(감독 페페 디오크노)

 

◆ 관객평론가상 : 이파네마 소년(감독 김기훈)

 

◆ JIFF 관객상 : 저 달이 차기 전에(감독 서세진)

 

◆ 무비꼴라쥬상 : 이파네마 소년(감독 김기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