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가정의 미래는 나라의 미래 - 고일영

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

 

주말 토요일 아침. 지인 자녀 결혼식이 있는 날이라 평소 주말아침보다 분주히 움직여 집을 나섰다. 정오에 시작된 결혼식은 신랑신부의 멋진 행진으로 마무리 되었다. 누가 보아도 축복하고 싶은 멋지고 아름다운 두 사람이다. 4월 중순부터 지인의 자녀, 미혼 직원들의 결혼식이 줄을 이으면서 매주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한 일이여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꼭 참석하려 한다.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느낀 건 만혼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참석한 결혼식들에선 신랑신부 모두 나이 30을 넘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작년 자료에 따르면 30~34살 여성의 미혼율이 2000년 10.5%에서 2005년 19.0%, 35~39살 여성의 미혼율은 같은 기간 4.1%에서 7.6%로, 25~29살의 경우엔 39.7%에서 59.1%로 높아지는 등 주요 출산 연령대 여성의 미혼율이 뚜렷이 증가하였다. 미혼율이 높아지면 기혼자의 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전체 여성의 평균 출생아수는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 1.3명 이하를 초저출산 사회라고 하는데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15명으로 OECD 선진국 평균 1.75명과 비교할 때 매우 낮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충격적인 보고서마저 등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저출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인구는 2100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2500년에는 33만 명으로 축소되어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고 한다. 저출산이 야기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 역시 심각하다.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 심화, 경제 전체의 성장동력 저하, 마이너스 성장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몇 년 전부터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고자 정부 및 지자체가 출산장려금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나아지지 않는 출산율을 볼 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처방은 미흡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부부가 출산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

 

정부나 지자체 모두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저출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인 정책수립을 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프랑스는 파격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통해 1993년 1.65명의 출산율을 2007년 1.96명까지 증가시켰다. 프랑스에서는 임신 중 약 890유로(약 136만원) 지원을 시작으로, 육아비 3년간 매월 약 180유로(27만원), 육아로 인한 휴직시 연봉과 근무시간에 따라 매월 230~550유로(35만~84만원), 가족수당도 최대 20년간 매달 약 124 유로(19만원)를 지급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오히려 돈 쓸 일이 더 줄어든다. 기본 교육비는 대학까지 무료이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 5월도 이제 중순에 접어들었다. 탁상달력엔 주말마다 아직도 여러 건의 결혼식이 표시되어 있다. 다음 주에도 기쁜 마음으로 결혼식에 참석하여 새롭게 탄생하는 가정을 맘껏 축복해 주리라. 가정의 미래는 국가의 미래이고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에.

 

/고일영(기업은행 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