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복지 개념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평균 수명은 길어지고 있고, 이에 비례해 노인 환자 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노인치료 전문' '노인 병원'이란 간판을 내세우는 것이 대세인 양 노인병에 대한 관심을 표방하고 있다.
필자가 노인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환자 대부분이 우려하고 있는 공통된 관심사는 두 가지다. 본인의 증상이 "중풍(뇌졸중)이 아닌지…"와 "치매에 걸리게 되지 않는지…". 이 두 가지 질문 속에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질병 자체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뇌졸중이나 치매에 걸려서 자식들에게 짐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치매란 '사회적 또는 직업적 능력을 저해할 정도의 지적 능력의 소실'로 정의된다. 즉 지능이 완전히 발달한 후 의식장애 없이 병이 발생하기 전 지식수준에 비해 전반적인 인지기능장애, 성격장애 및 정서장애를 보이는 증후군을 말한다. 치매에서 손상을 보이는 인지 기능의 장애에는 지능, 학습능력과 기억력, 문제해결 능력, 지남력, 주의집중력, 판단력 등이 포함된다.
혈관성 치매에 대한 개념은 1896년 에밀 크라에펠린이 노인성치매인 알츠하이머질환과 구분해 '동맥경화성 치매'를 구분한 것으로 시작된다. 혈관성 치매는 전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에 이어 두 번 째로 흔한 치매의 원인이다. 일본이나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혈관성 치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알츠하이머 치매보다 높으며 우리나라도 혈관성 치매의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별의 차이는 남자에서 여자보다 높고, 사망률은 일반적인 노인성 치매보다 높은데 뇌졸중 후 3개월 후에 치매로 진단된 경우는 사망률이 3.1배 정도 높다. 혈관성 치매의 위험인자에 대한 연구는 적지만 이 위험인자는 뇌졸중의 위험인자와 같다. 고혈압, 심근경색과 심부정맥 등의 심장질환, 뇌졸중의 병력, 혈색소 45% 이상, 동맥경화와 내경동맥내반이 있는 경우, 고지혈증, 당뇨병, 말초혈관질환, 흡연, 과도한 음주력 등이 있고, 그 외 교육수준, 살충제 등 위해물질 노출 등이 있다.
혈관성 치매의 진단방법은 기억력장애가 있는 환자에서 임상적 평가를 통해 인지기능 장애의 형태와 정도를 파악하고 뇌 영상 검사 및 기타 검사실 검사로 뇌혈관 질환과 그와 관련된 요소들이 있는지 확인한다. 임상적 평가는 임상적인 증상과 신경학적 병력과 검사, 사회적 기능의 평가, 일상생활에 대한 평가, 정신증상과 행동의 변화 등을 평가하는데 여기에는 장단기 기억 검사, 도형 그리기, 어휘의 유창성, Luria's loop, 삭제능력평가, 추상적사고력, 판단력, 실행증, 실인증, 주의력, 실행기능,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혈관성 치매의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는 감각운동 장애와 인지기능장애, 실어증을 보이고 피질성 신경심리변화를 나타낸다.
뇌졸중이 치매발생의 위험도를 증가시키고 알츠하이머 치매에서도 뇌졸중이나 뇌 백질부 병소 같은 혈관성 인자가 공존하는 경우가 흔한 것은 뇌혈관 질환이 인지기능 장애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중요한 점은 혈관성 질환에 의한 인지기능 장애는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조절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약간의 기억력 장애가 있는 사람일지라도 초기에 전문적인 검진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만일 혈관성 질환에 의한 인지기능 장애의 가능성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혈관성 치매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신병수(전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신병수 교수는
전북 의대졸업
전북대 의학석사·의학박사
미국 하바드 의과대학 뇌연구소
전북대학교병원 신경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