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주목할 만한 영화 많아요"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영화들 수준이 매우 높아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대뜸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칸은 그에게 익숙한 영화제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매년 방문했던 곳이다. 퇴임을 한 해 앞둔 올해는 조금 특별하다.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아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칸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가 맡은 분야는 '주목할 만한 시선'이다. 올해 이 부문은 쟁쟁하다. 102살의 노장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이 연출한 '안젤리카'를 비롯해 프랑스 누벨바그의 아버지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신작 '필름 소셜리즘'이 초청작에 포함됐다. 국내에서는 칸 영화제에만 6번째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신작 '하하하'도 초청됐다. 이밖에 자장커(賈樟柯), 올리버 슈미츠 등도 이름을 올렸다.

 

김 위원장은 "감독들의 면모가 정말 대단하다"며 "무게감만 보면 경쟁부문보다 더 묵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시', 임상수 감독의 '하녀'를 포함해 모두 5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됐다. 특히 경쟁부문에는 3편이 진출한 프랑스에 이어 영국과 함께 2편의 영화를 올렸다. 2편 이상을 경쟁부문에 진출시킨 국가는 이들 3개국뿐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 영화의 칸 영화제 진출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밑거름을 놓았다고 강조했다. 1996년 첫발을 내디딘 부산국제영화제에 다양한 평론가와 감독들이 찾아오면서 한국영화가 유럽에 자주 소개되는 터전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이후 1996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배용균감독.주목할 만한 시선), '유리'(1996.양윤호 감독.비평가주간), '내 안에 우는 바람'(1996. 전수일 감독. 주목할 만한 시선) 정도만 칸의 초청을 받았다.

 

"부산영화제가 생기고 나서 1997년부터 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부산을 찾았습니다. 1998년부터 2-3편씩 늘기 시작해 매년 4-5편 정도가 칸에 진출했어요. 작년에는 무려 10편이나 진출하기도 했죠."

 

그는 한국영화의 칸 진출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가교 역할은 했다"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우뚝 서면서 세계 각지에서 온 영화전문가들이 한국영화를 보고 간다는 점에서다.

 

김 위원장은 초대부터 15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그리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못박았다.

 

"든든한 후배들이 있어서 걱정이 없다"고 말한 그는 "영화제의 생명은 프로그램 개발에 있다"며 "좋은 영화와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소개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작년에는 98편의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습니다. 그만큼 프로그래머들이 열심히 뛰어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영화제가 지향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필름을 사고파는 "마켓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를 잡았지만,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필름 마켓만은 이제 걸음마를 내딛는 수준이다. '아시아필름마켓'(AFM)은 아직 홍콩국제영화제가 운영하는 '홍콩필름마트'에 비해 열악한 편이다. AFM에는 작년 75개 업체가 참가했지만 올해 홍콩필름마트는 그보다 약 7배가 많은 540개 업체가 참가했다.

 

김 위원장은 "부산이 한층 더 발전하려면 마켓을 강화해야 한다"며 "최소한 아시아의 마켓은 부산이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요즘 부쩍 심사위원을 자주 맡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올해가 집행위원장으로 마지막 해이기 때문인지 심사위원으로 활동해 달라는 부탁이 많이 들어온다"며 웃었다.

 

'시'와 '하녀'의 본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