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연재해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마감했으나 이번에 결말을 더해 단행본으로 완성했다.
작품의 무대는 태국 방콕 수쿰빗 지역의 나나역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매춘가다. 태국에서 현지인처럼 먹고 입으며 꼼꼼하게 실태를 취재한 박씨는 방콕의 뒷골목 거리가 눈앞에 보이고 냄새까지 전달되듯 생생하게 방콕의 뒷골목을 묘사한다.
2005년 동남아 여행 중에 이 소설을 구상한 박씨는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2007년 매달 방콕을 찾았다. 2008년 여름 강의 계약이 끝나자 방콕으로 들어가 일곱 달 동안 구상한 이야기를 엮었다.
소설은 여행길에 오른 한국 남자 레오가 경유지인 태국에서 만난 매력적인 매춘부 플로이에게 빠져 그곳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레오의 최종 목적지는 아프리카이지만 그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수쿰빗의 이방인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레오와 플로이의 애절한 연애담이 아니다. 작가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그들이 지낸 거리의 수많은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과 인간관계에 집중하고 그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한다.
박씨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단 한 순간도 선택에서 소외된 적이 없었고 흘러간 모든 시간들은 우리 스스로가 의도한 것"이라며 "이 책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자 여행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우리는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온 우리가 떠날 때의 우리가 아니듯, 돌아온 곳도 떠날 때의 그곳이 아니다. 우리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여행을 매 순간 치러내며 살고 있다."
406쪽. 1만1천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