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무대위에서 펼쳐지는 막걸리, 그리고 술맛나는 이야기

전주시립극단 '누룩꽃 피는날' 22~23일 소리전당

막걸리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조민철)이 전주의 문화적 자산을 무대화하는 '한스타일 세계화 프로젝트' 첫번째 작품으로 '누룩꽃 피는 날'(작 최기우, 기획 박영준)을 창작초연한다. 22일 오후 3시·7시, 23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누룩꽃 피는 날'은 전주와 막걸리를 화두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내는 다양한 이야기거리와 노래, 시, 몸짓언어가 어우러지는 열린 판이다.

 

무대는 오래된 은행나무 옆에 자리잡은 전주의 한 막걸리집 '은행나무집'. 막걸리집 주인인 '이옥자'와 젊은 날 가족을 버리고 간 아버지 '이영호'가 막걸리경연대회에 참가하며 얽혀있는 서로의 과거사와 감정을 풀어낸다.

 

은행나무를 수호하는 정령들과 중년의 담당공무원과 민속학과 교수, 문화기획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여기에 경연대회 참가자와 여시인, 의원 등이 합류한다. 그들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아련한 기억들이 꺼내진다. 어릴 적 심부름길에 슬쩍 마시던 도둑막걸리, 정부의 막걸리 규제와 장려정책, 치기 넘치는 대학생들의 목청 높은 논쟁과 웃음소리, 부산한 주인장의 손놀림과 한정식 못지 않은 푸짐한 상차림…. 극 중 열리는 '막걸리 마시기 대회'는 관객들도 참여할 수 있다. 배우들과 열심히 눈을 맞춘 관객에게 기회가 주어질 예정. 참가자들에게는 막걸리와 영화관람권, 시립극단 연극관람권 등이 선물로 제공된다.

 

작가 최기우씨는 "막걸리를 테마로 한 글을 여러 편 썼지만, 무대작품 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면서도 "막걸리집 풍경인 만큼 애드리브를 충분히 활용해야 극의 감칠맛이 더할 것 같아 필요하다면 연습 과정에서 극의 상황과 대사 등을 바꾸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누룩꽃 피는 날'은 작가 혼자 쓴 작품이라기 보다는 작가와 전주시립극단이 함께 만든 작품.

 

조민철 상임연출은 "386 이전 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지만, 자칫 먼 옛날 이야기로 느껴질 젊은 세대들을 위해 몇가지 연극적 장치를 더했다"며 "어른들에게는 재미있게 읽는 동화 한편이 될 수 있겠고, 아이들에게는 친숙한 장치를 통해 어른들의 얘기를 엿볼 수 있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