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 채용신(蔡龍臣·1850~1941)은 직업화가가 아니라 무과에 급제해 종 2품까지 지낸 무관이었다. 전통 초상화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서양화법과 근대 사진술의 영향을 받아 '채석지 필법'을 창안, 얼굴의 세부 묘사에 주력하고, 많은 필선을 사용해 원근·명암·질감 등을 잘 표현했다. 22세에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1820~1898)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화명을 떨치고, 고종황제 어진으로 왕의 총애를 받아 어진화가로도 거듭났다. 관직을 마치고 전주로 내려와 익산·변산·남원 등을 돌면서 우국지사와 유학자들의 초상을 그리는 데 몰두했다. 그가 그린 '김관(金瓘)초상'과 '김철상(金哲相) 초상', '김영구(金榮九) 초상'등을 엿볼 수 있는 귀한 기회다.
지난해 탄생 200주년을 맞았던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許鍊·1808~1893)의 '추경산수도'을 모처럼 만나볼 수 있다.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남종화를 한국적인 화풍으로 발전시킨 인물. 서울과 호남에서 주로 활동하다 1860년대 전북에 거주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긴 바 있다. 김득신(金得臣·1754~1822)의 '행락도 팔폭 병풍'과 전주이씨 고림군파 종중문서(보물 718호) 1점도 추가로 공개된다. 전북 출신 명필인 벽하 조주승(趙周昇·1854~1903)의 '묵국도'와 '묵죽도', 이당 조병헌(趙秉憲·1803∼미상)의 글씨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사군자에 능했던 흥선대원군의 '묵란도'와 왕실 출신 화가인 이징의 '산수도', 산수와 풍속, 인물 등 다채로운 화폭을 담은 '송수관필화첩'도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