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박남재)은 정말 애처가셨어요. 수업만 마치면 사모님 모시러 가고, 사모님이 소풍가는 날은 그 일대에서 조용히 그림 그리다 오곤 하셨죠. 그래서 작품을 보면 사모님 근무지 풍광이 참 많았어요.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죠. 따뜻했고, 권위의식이 없었고. 너른 품이 참 좋았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직접 받지 못했던 많은 동문들도 정신적인 지주로 선생님을 꼽을 정도죠." (이재숙씨)
"항상 입버릇처럼'그림 그려서 뭐하냐, 사람이 덜 되면 그릴 필요가 없다'고 하셨어요. 규율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강하게 야단 치셨지만, 학생들에게는 늘 헌신적이셨죠. 저녁 늦게까지 지도 해주시면서도 레슨비는 일절 받지 않으셨어요. 인기가 최고로 좋았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이에요." (이경자씨)
전주여고 동문 모임인 영란회가 여덟번째 전시인 '청소년과 함께하는 자연미감전'을 열고 있다. 27일까지 전북예술회관 2층 6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1차 전시는 순수 회화를 중심으로 한 선·후배 작품들을 한눈에 아우른 자리다. 특히 올해는 전주여고 장학기금 마련을 위해 작품 판매액 50%를 내놓겠다는 각오여서 더욱 남다르다.
참여작가는 초대 은사인 박남재 화백을 비롯해 김인숙 김인실 김영희 라희정 양화정 임귀남 임정순 이재숙 정필주 진양선(39회) 은미자 하수경 (40회) 김성진 김옥경 김옥영 김정옥 김현숙 김혜숙 박부임 양기순 이경자 은미향 여은희 허영순 허정순씨(41회). 서양화가 김현숙씨는 자신의 작품(30호)을 모교에 기증하기로 했다.
은미자 영란회장은 "장학기금 마련전은 이전에 시도됐으나,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현실화되지 못했다"며 "전주여고 동문들의 또 다른 모임인 영란리더스포럼에 장학기금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 올해는 다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계순 전주여고 교장도 "꽃처럼 예쁘게 피어나는 우리 학생들이 언젠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올 것"이라며 "이런 뜻깊은 자리가 오래토록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차 전시는 28일부터 6월10일까지 양지중학교 희오갤러리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