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세계무대 통했다

전주영화제 인연, 泰 아핏차퐁 감독…칸 영화제 최고상 '황금종려상' 수상

사진은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때 전주를 방문한 아핏차퐁 감독. (desk@jjan.kr)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40)이 23일 오후 7시(현지시각) 폐막한 '제63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면서 전주국제영화제와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아핏차퐁은 2001년 제2회 전주영화제에서 첫 장편 데뷔작인 '정오의 낯선 물체'로 우석상을 수상했다. 이 때 한국에 처음 소개된 아핏차퐁 감독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일반적인 아시아 영화 스타일과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독특한 영화만들기가 마음을 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아핏차퐁 감독은 5회·6회·7회·8회·10회 전주영화제에서 모두 여섯편의 작품을 상영했다. 특히 6회 영화제 때에는 송일곤(한국) 츠카모토 신야 감독(일본)과 함께 전주영화제가 제작비를 지원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해 '세계의 욕망'이란 작품을 만들었다. 이 해 '디지털 삼인삼색'은 개막작으로 선정됐었다. 당시 전주에 방문했던 아핏차퐁 감독은 "전주영화제 모티브가 디지털 매체의 또다른 표현가능성을 찾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태국 영화 시스템은 상업적인 이유로 건강하지 못한데,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것 자체가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조지훈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아핏차퐁은 전주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 감독"이라며 "'디지털 삼인삼색' 작업을 같이 하면서 향후 중요한 감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 프로그래머는 "전주영화제에서 우석상을 받은 감독들이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있다"고도 덧붙였다.

 

아핏차퐁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전생을 기억하는 분미 삼촌(원제 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은 죽은 아내의 영혼과 원숭이로 환생한 아들과 함께 인생의 마지막을 태국의 정글에서 보내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심사위원장인 팀 버튼 감독은 "영화는 갈수록 서구화, 할리우드화되고 있지만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다른 나라, 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 '열대병'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던 그는 애니미즘과 자연을 작품에 자주 등장시킨다. 미디어아트 작가로도 활동하며, 지난 4월 '아시아 현대미술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6월 6일까지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아시아 현대미술상'전에서는 영화와 비디오 아트를 접목시킨 그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태국 영화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아시아에서 황금종려상은 13년 만이다. 한편, 이번 칸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은 '시'로 각본상을,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